■작품 해설
수필은 학식이나 식견을 갖추었어도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쉽게 쓸 수 없는 글이다. 전경애의 수필집《가나다 한글 교실》이 많은 사람의 긍정적 호응 속에서 주목받을 만한 이유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가는 심성의 소유자라는 인상이 작품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번뜩이는 시성(詩性)과 간결한 문장이 가독성을 높이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그녀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이제야 비로소 첫 수필집을 상재할 정도로 절대 서두르지 않는 성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며 살아간다. 만남 뒤에 따르는 기쁨과 슬픔으로 가슴앓이할 때도 있다. 만남을 통해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는가 하면, 만남으로 인해 죽음을 맛보는 사람들도 있다. 만남 뒤에 오는 이별, 이별 뒤에 오는 만남, 그 처연(凄然) 속에서도 만남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랑’이다.
수필집《가나다 한글 교실》의 백미는 역시 문장에서 발견된다. 수필은 비유와 유추의 문학이다. 모든 문학이 그러하듯, 수필도 함축의 묘미가 있어야 하기에 줄일 수 있을 때까지 줄여야 한다. 전경애의 수필은 한결같이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주장으로 흐르고 있다. ‘나’에 대한 지나친 사변(思辨)과 변명으로 일관하지 않고, 숨 가쁘게 이어져 가는 만연체 문장도 아니다. 맛깔나지만 난삽하지 않은 언어를 선택하여 독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자연스러운 문맥의 흐름은 작품을 다 읽고 나서도 손에서 놓지 않은 듯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수필은 자아와 끊임없이 부딪히는 대상에 대한 감상을 진솔하게 묘사하는 문학이다. 이에 따라 수필집《가나다 한글 교실》에서도 작가는 자신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작가가 수필에서 가장 중시되는 ‘덕성(德性)’을 지녔기 때문이다.
-권석순(문학박사), 작품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