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세상의 요구를 내면화한 이름
멋진 외모, 좋은 성적, 값비싼 옷, 이름난 대학교……. 사람들은 언제나 더 나은 자신을, 더 나은 삶을 기대하고 열망한다. 이런 욕구는 당연하게도 개인의 내면에서 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인의 욕망은 더 나아 ‘보이는’ 자신, 더 낫다고 ‘인정받는’ 삶에 치우쳐 있을 때가 많다. 『내 꼬리가 되어 줘』는 꼬리 달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꼬리 없이 태어난 단새미의 이야기를 통해 ‘꼬리’, 즉, 열망이라는 감정을 탐구한다.
꼬리가 없는 새미는 자신을 ‘이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느낀다. 꼬리가 없다는 이유로 학교조차 나가지 못하고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산다. 부모님은 그런 새미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꼬리 이식 수술비를 마련하려 애쓴다. 사실 새미가 사는 세계에서 꼬리는 그 자체로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사회 속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작동한다. 아예 꼬리가 없어 그 존재마저 부정당해 온 새미는,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꼬리를 달고 ‘정상인’이 되어 높든 낮든 사회 안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 한다. 새미가 열망한 것은 꼬리 그 자체가 아니라, 꼬리를 통해 얻게 될 사회적 인정이다.
새미는 마침내 꼬리 이식 수술 기회를 얻고, 기증자인 진미아를 만나러 간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진미아는 새미에게 뜬금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꼬리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다른 우주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의 욕망이란 거, 상어 이빨하고 비슷하지 않아? 한 가지 욕망이 빠져나가면 그 자리를 다른 욕망이 차지하잖아. 꼬리 없는 사람들 세상에서도 꼬리 말고 다른 것이 꼬리를 대신할 거야. 빠지면 새로 나는 이빨처럼.” 진미아의 말은 새미에게, 그리고 꼬리 없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묻는다. 여러분에게는 정말로 꼬리가 없느냐고.
꼬리를 단 채로, 혹은 베어 낸 채로, 어쨌든 나로 서기
단새미는 진미아의 꼬리를 이식받아 ‘정상적인’ 일상으로 편입한다. 명문인 제14학교에 입학하고, 사회적 인정 속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그렇게 꼬리는 새미에게 새 가능성을 열어 주지만, 동시에 새미의 존재감을 억눌러 정체성을 위협한다. 꼬리에 끊임없이 이질감을 느끼던 새미는 새로운 삶을 제대로 꾸려 나가기 위해 꼬리의 과거를 파헤쳐 보기로 한다. 그리고 꼬리의 첫 번째 주인, 루나가 살고 있다는 ‘꼬리 없는 마을’로 찾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새 꼬리를 달고 꼬리 없는 마을로 들어가는 새미의 여정은, 세상이 바라는 것에 기대지 않고 진정한 자신을 만나기 위해 내딛는 첫 발걸음이다.
우여곡절 끝에 루나와 마주한 새미는 비로소 꼬리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다. 루나는 새미를 향해 단호히 말한다. “꼬리를 베어 내고 나랑 같이 꼬리 없는 마을에 가서 살자.” 루나는 꼬리에 부여된 절대성을 끌어내리는 방법과, 꼬리가 있어도 없어도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는 사실을 일러 준다. 루나의 요청대로 꼬리 없는 마을에 정착한다면 자연스럽게 본래의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지만, 새미는 꼬리의 처분을 망설인다.
새미는 언젠가 꼬리를 베어 내고 꼬리 없는 마을로 가게 될까? 아니면 평생 꼬리를 단 채로 살아가게 될까? 선택은 독자의 몫으로 남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꼬리의 유무가 아니다. 꼬리를 베어 내고 계속해서 그리워할지도 모르고, 꼬리를 단 채로 꼬리와 상관없이 나로 설 수도 있다. 결과는 선택하는 사람의 용기와 결단에서 비롯될 테다. 이처럼 자신을 규정짓는 기준은 스스로가 세우는 것이다. 새미의 여정과 결단을 함께하며, 청소년 독자는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길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
■ 줄거리
꼬리 달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 꼬리 없이 태어난 새미는 15년의 기다림 끝에 아주 아름다운 꼬리를 이식받는다. 그 후 꿈꾸던 평범한 삶을 넘어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가끔은 꼬리에 자아라도 있는 듯 통제가 어렵다. 그러다 새미는 꼬리의 원래 주인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여러 질문을 안은 채, 그가 살고 있다는 ‘꼬리 없는 마을’을 찾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