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조근 이야기하듯 풀어낸 역사 속 8인의 다채로운 인물 탐구
퇴근길이 허전할 때 ‘밥 약속’을 잡아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밥 친구’ ‘술 친구’는 종종 마음이 고플 때 떠오른다. 죽이 잘 맞는 친구와는 어디서 무엇을 먹어도 뱃속이 든든하다. 맨밥에 김치 하나만 있어도 밥이 술술 넘어간다. 단출한 밥상, 소주 한잔에 북어포 하나 올린 술상이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상에 올린 메뉴보다 밥 한술, 술 한잔에 오가는 이야기가 시간의 맛을 더해주기 때문이겠다.
[인물사담회] 시청자 중에 간혹 “이 방송이 내 밥 친구다”라며 애정을 드러내는 분들이 있다. 밥상 옆에 [인물사담회]가 있으면 마음 맞는 친구 열 부럽지 않게 그 시간이 심심치 않다는 것. 조근조근 이야기하듯 풀어낸 《인물사담회》는, 인물들이 살아온 길을 통해 우리가 사는 현재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그들이 겪은 갈등과 고뇌, 인생 밑바닥까지 경험한 어두운 그림자를 따라가며, 우리는 지구인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또 ‘나’라는 존재로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채근하며 찾아간다.
과거의 인물을 현재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사사로운 인물사(史)담
총 16편의 에피소드로 제작된 EBS [인물사담회]는, 역사적으로 한 획을 그은 인물이지만, 우리가 사는 지금에도 맞닿아 대중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인물, 그 가운데서도 다양한 분야,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16인을 선별해 그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조명했다. EBS [인물사담회] 최수진 책임 프로듀서는 《인물사담회》를 읽다 보면 인물들의 과오와 개인적인 생활, 숨기고 싶었던 비밀까지 알게 돼 결국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역사 속 인물의 도전과 실패,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
- 원자폭탄을 만든 오펜하이머가 평생 지고 간 죄책감
- 고집불통의 스티브 잡스가 픽사에서 가장 먼저 갖게 된 능력
- 과거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부모의 나치 전력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던 오드리 헵번이 선택한 길
- 전염병으로 뒤덮인 군 병원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나이팅게일이 한 일
- 콤플렉스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히치콕이 최고의 영화감독이 될 수 있었던 배경
- 나폴레옹이 자기 스스로를 영웅시한 이유
- 부와 명예에 매달리기보다 우주비행사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임무에 열중한 닐 암스트롱
-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이상의 갈망이 표현된 시 [오감도]
한 사람의 인생 여정에는 불꽃 같은 업적이 있고, 그 뒤에 그을린 절망, 눈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자신이 만든 무기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걱정과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켰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했던 오펜하이머. 그는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성공자요, 원자폭탄을 개발한 뛰어난 창조자라는 평을 받지만, 엄청난 희생자를 만들었다는 것에 평생 고통스러워했던 인물이다. 히치콕은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며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뛰어난 예술인이지만, 배우들을 괴롭힌 짓궂은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었고, 과장된 이미지를 내세우며 자신을 영웅시한 나폴레옹의 행동 배경에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열등감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렇듯 인물들이 남긴 명과 암, 그 파란만장한 여정의 족적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에 기록된 위대한 업적은 물론, 그 뒤에 드리운 그림자까지 역사 속 숨은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인물사담회》는 제갈량부터 스티브 잡스까지 약 2000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사점에 주목했다. 특히 2권에서는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공허함과 절망, 고독과 쓸쓸함과 같은,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에 더욱 집중했다. 막막함 가운데 발버둥쳤던 인물들의 처절한 노력과 고뇌, 놓지 않았던 희망, 또 끝내 이룩한 꿈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며,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은 8인의 담대함을 기억하며 오늘, 위기와 절망 앞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작은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