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2016년 《충북작가》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조우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검정비닐새 요리』가 걷는사람 시인선 121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시집 『폭우반점』 이후 5년 만에 우리를 찾아온 조우연의 신작은 떨어져 나간 빈칸의 자리에서 피어오르는 존재론적 슬픔으로 가득하다.
대상이 가진 고독으로부터 타자와 연결된 흔적을 발견하는 조우연 시인은 적막을 견디는 “생이 그렁그렁 잠”기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눈물을 들키지 않는 물고기”(「물집」)와 “날개는 찢어지고/날지 못하는 저 새”(「검정비닐새」), “바람에게/구멍 난 옆구리를 내주고 선 서어나무”와 “서서 자는 물소” 등, 자연의 생존 방식과 삶의 무게를 탐구하는 동시에 관찰자인 ‘나’와의 관계로부터 대상의 의미가 시작된다는 사유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서 있는 것들은/이름이 불릴 때를 기다려/몸을 돌려세울 준비가 되어 있”(「외로움은 대개 서 있다」)음을 알아보는 시인은 세계가 사물을 규정하는 정의를 비롯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미까지 탐색한다. 이 작업은 정의와 의미 사이에서 발생하는 기묘하고 고독한 충돌을, 대상과 타자가 연결되며 나타나는 보편성을 보여 주는 것으로 이어진다.
조우연의 시적 화자가 자신의 고유한 고독을 대면하고 마주하는 과정은 내면으로의 침잠뿐만 아니라 자기 안에 새겨진 타자의 흔적을 되짚는 일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것은 때로 자신이 혼자임을 상기시키지만, 이는 뒤집어 말해 모든 혼자인 존재에게도 그 삶에는 늘 타자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전언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고독한 혼자이지만, 그렇기에 위대한 혼자일 수 있으며, 그 생의 흐름 안에서는 지울 수 없는 타자의 흔적이 새겨져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고독과 싸우다 선 채로 죽는 진화”(「진화론」)를 맞이하게 될지라도 “모든 혼자는 결코 혼자가 아니”(임지훈, 해설)라는 따뜻하고도 애연한 진실이 완성된다.
조우연의 시에서 내내 이야기되듯 ‘나’는 자기의 고유한 고독을 감내하고 버티는 존재이지만, 그 속에는 늘 타자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렇기에 ‘나’는 혼자이지만 타자의 흔적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고, ‘나’의 고독이란 개별적인 동시에 보편적인 것이 될 가능성을 처음부터 지니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기에 조우연의 시집에서 ‘시’란 단순히 자기 생각을 표출하는 자기애적 발로가 아니다. 누군가의 주관을 나누어 받은 흔적이면서, 그를 통해 자신의 주관을 다시 나누는 타자적 발로이다. 그러니 고독 속에서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조우연의 시적 주체를 가리켜 서정적 주체의 본원적 의미에 충실하다고도 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독한 서정을 품은 이 세계는 “안은 밖보다 왜 더 적막하고 쓸쓸한”(「부속 구이」) 것인지를 오래도록 골몰해 온 시인의 마음으로 가득하다. “저녁별을 보며 어디 먼 데 눈빛을 적시거나/휘파람으로 바람을 불러 세워도 죽을 듯이”(「에일리언」) 외로움을 느껴 본 적이 있다면, 조우연이 이끄는 시적 언어를 통해 자신의 고독을 직면하고 타자와의 흔적을 되새기는 온전한 경험을 감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