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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디아스포라 전문 작가 문영숙의 수작!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은 타국에서 힘겨운 삶을 견뎌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디아스포라 소설(본래 살던 땅을 떠나 이국 땅을 떠돌던 이들이 창작한 소설 또는 그러한 이들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1937년, 무려 17만여 명의 까레이스키(옛 소련 지역에 살던 ‘고려인’을 가리키는 말)가 정든 집과 터전을 뒤로하고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강제로 태워진다. 그들은 40여 일 동안이나 눈보라 몰아치는 시베리아 벌판을 달려 중앙아시아에 도착한다. 이주 과정에서 수백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었다. 황무지에서 첫 겨울을 나는 동안 추위와 허기와 풍토병으로 또 수천 명이 숨졌다.
그러나 까레이스키들은 강인하고 끈질긴 민족성을 발휘하여 갈대밭에서 갈대를 뽑아내고 벼농사가 불가능했던 땅에 논을 만들어 벼농사를 짓는다.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근면과 성실 덕분에 소비에트 연방에 살던 127개의 소수민족 콜호스에서 까레이스키 콜호스가 가장 많은 수확을 내고, 그 결과 ‘노력영웅’을 가장 많이 배출한 민족이 된다. 성실한 데다 머리까지 좋은 까레이스키들은 농업 이외에도 교수나 의사, 연구 종사자가 되는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약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들, 떠돌이가 된 독립투사들의 후손을 기억하며”
그러나 조국의 독립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고 독립자금도 꼬박꼬박 내던 까레이스키들은 강제 이주 후에 완전히 조국과 단절되어 해방이 된 이후에도 조국에 돌아갈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들은 누구일까?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조국으로부터 잊힌 존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까레이스키’라 불리는 이들이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고려인이라 불리는 까레이스키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절에 국경을 넘어 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토크, 핫산 일대에서 살던 우리 민족이다. 이들 중에는 일본을 상대로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이 많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안중근 의사, 홍범도 장군, 계봉우, 장도빈, 강사진, 김규면, 신채호, 최재형 선생과 같이 치열하게 항일독립운동을 펼치며 목숨을 아끼지 않은 분들과 그 후손들은 강제 이주를 당해 낯선 땅에서 조국의 광복도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또 그분들의 2세, 3세들은 여전히 타국에서 방랑자로 살고 있다.
《검은 바다》,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에네껜 아이들》, 《독립운동가 최재형》 등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수난과 디아스포라를 다룬 청소년 역사소설들을 꾸준히 발표해 온 문영숙 작가가 까레이스키들의 기막힌 삶을 사실감 넘치는 문장으로 담아냈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고통스럽게 살아야 했던 사람들을 기억해 주고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라는 생각과 “고려인들의 아픈 역사와 현재 그들이 겪는 고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갔다.
이 소설을 통해 머나먼 타국에서 ‘적성이민족’이라는 낙인과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강인한 한민족의 이야기가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