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 파괴한 지구와 화해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까지
생물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으로 재발견된
지구 운명을 뒤흔들 위기의 징후들
최근 한반도의 기후는 ‘극한 기상’이라 부를 정도로 예측불허다. 기나긴 열대야와 기묘한 폭설을 마주하며 환경문제에 무관심하던 사람들까지 이제는 위기를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지구의 환경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지구의 역사를 돌아보면 46억 년 동안 지구에는 여덟 차례의 간빙기와 빙기가 번갈아 가며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간빙기가 1만 년 동안 지속되고, 그다음 빙기가 11만 년 동안 지속되는 것이 안정적인 지구의 시스템인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마지막 간빙기이자 현재의 지질시대라 불리는 ‘홀로세’는 1만 년이 넘게 지나왔음에도 빙기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 지구온난화를 초래함으로써 자연적인 지질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두되는 개념인 ‘인류세’는 인류가 개입한 지질시대라는 의미로서, 인류가 지금 맞닥뜨린 그리고 앞으로 맞게 될 지구환경 위기를 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용어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국내 최고의 홀로세 전문가인 박정재 교수가 진행하는 ‘서울대 대표 인류세 강의’를 새롭게 엮어 출간되었다. 저자는 생물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을 연구하는 지리학자로서, 과거의 기후변화에 따라 식생과 인간 사회가 어떠한 변화를 겪어왔는지를 탐구한다. 나아가 인간이 홀로세를 지나오며 어떻게 자연환경을 교란시키고 훼손시켜왔는지, 문헌으로 기록되지 못한 증거들을 복원하여 인간의 지구 파괴사를 설득력 있고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이 환경에 인위적 변화를 끼침으로써 마주하게 된 홀로세의 종식과 인류세의 암울한 현실을 흡입력 있게 논의한다. 인류의 핵실험과 같은 지구환경 훼손이 지질학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캐나다 크로퍼드호수의 퇴적물 분석을 통해 보여주고, 인류가 양산한 수많은 플라스틱 잔해와 닭뼈가 지층에서 발견되는 사실을 지적한다. 인류세의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새로운 지질시대의 명칭으로 공식 인정받지 못한 상황을 비판하면서, 저자는 바로 지금이 시급히 인류세 개념을 인정해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인류세라는 급박한 위기 시대, 인류는 지구생태계와 공존하는 생존법을 찾을 수 있을까? 과거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현재를 정의하고, 미래를 계획해 온 인류는, 이제 스스로 파괴한 지구를 다시 회복해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어떠한 관점으로 지구 회복의 미래를 계획할 것인가? 하루빨리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구를 위한 답을 찾아보시겠습니까?
인류세를 건너는 당신을 위한 최후의 생존법
기후위기만 해결되면 우리는 지구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걸까? 이 책은 기후위기와 더불어, 인간의 무분별한 행위로 파괴되는 삼림, 토양생태계의 훼손뿐 아니라 해양 산성화와 해수 온도 상승이 만든 변화, 나아가 식량 위기와 기후난민까지, 인류세를 상징하는 핵심적인 문제들을 돌아보는 통합적인 시선을 제공한다. 저자는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간과할 문제는 없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 과학자 28인이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며 인간이 지구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지표 ‘행성 경계’, 즉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질소 및 인 순환, 대기오염 등의 아홉 가지 부문 중에서 이미 여섯 가지가 안전 범위를 넘어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진단되는 현실이다. 지구 위기의 가속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현재, 인류는 지구의 혼란이 더는 심각해지지 않도록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지 않게 노력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자연적인 변화는 보통 특정한 주기를 갖는다. 과거에 대한 연구의 대다수는 이러한 주기를 찾는 과정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실체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려면 과거의 지구부터 아는 것이 선행 조건이다.
_본문에서
앞으로 지구 위기에 따른 문제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과거 역사를 알면 큰 도움이 된다. 고기후학을 연구해 온 저자는, 역사적으로 안정된 사회의 배후에는 온난한 기후가 있었고 저온기의 혼란 속에서는 민족 이동이나 전쟁 등의 사회갈등이 나타났다고 말하며 인간 활동과 자연환경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스토리를 풀어놓는다. 인간은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면서도 지구생태계를 자기 마음대로 활용하고 훼손하는 오만을 저질러 왔다. 그러나 훼손된 지구를 회복시키고 그 균형을 되찾는 작업 또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과거 역사를 토대로 지금의 상황을 올바르게 진단하고 미래의 위험에 적절히 대비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 그것이 인류세를 건너는 인간이 지구와 화해하는 최후의 생존법일 것이다.
거주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대전환
오만한 인간의 시대에서 겸허한 인간의 시대로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이토록 파괴적인 인간의 시대’에서는 인류세라는 개념이 도입된 상황을 설명하고, 인류세의 시작 시점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며, 퇴적물이나 빙하 연구를 통해 지질시대를 연구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이로써 인류세라는 개념과 양태를 포괄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2부 ‘기후가 변하면 모든 것이 바뀐다’에서는 인류세의 가장 중요한 이슈라 할 수 있는 기후위기 문제를 다룬다. 과거부터 기후변화가 인류사에 끼진 영향을 자료를 통해 알아보고,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을 검토함으로써, 앞으로 미래의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혜를 쌓도록 한다.
3부 ‘여섯 번째 대멸종, 지구가 다시 리셋되기 전에’에서는 인류세의 또 하나의 이슈인 생물종 다양성 문제의 심각성을 다룬다. 삼림 파괴에 따른 육상생물의 위기, 해수의 오염과 온도 상승에 따른 해양생물의 위기라는 총체적 생태계 위기를 여러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이를 통해 지구환경의 위기가 얼마나 다양한 차원에서 심각하게 나타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4부 ‘지구의 폭군이 될 것인가, 구원자가 될 것인가’는 이러한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다. 관련 방안들과 철학 사조를 알아보고, 인류에게 필요한 가치의 전환과 행동할 바를 상기한다. 지구공학적 방법이나 기후변화에 경제적으로 대응하는 탄소 배출권 제도 등을 논의하지만, 그 전에 가장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인류가 지구생태계의 일부로서 지구와 공존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오만함에서 겸허함으로의 대전환만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되찾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