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 60년을 기억할 수 있는 단 한 분, 이근배 육성회고록
왜? 프랑스와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읽은 열여섯 살 소년은 소설가가 되겠다고 가출한 후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 되었는데도, 왜 지금도 인류에게 질문을 던지는 위대한 소설을 쓰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했을까?
이근배 시인은 독자에게 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한강 작가 이후 K소설은 보다 새로운 문체의 경쟁으로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소재와 스토리를 재구성하기에 치열한 작업을 치르게 될 것이고, 한글로 쓰는 K시는 소설 못지않게 우수성을 뽐내고 있다. 그냥 좋은 시가 아니라 한국적 고뇌와 한국인만이 쓸 수 있는 현실적 상징성을 담아내야 한다. ‘한국어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한국의 시’가 나올 때 세계를 극복할 것이다.
K소설은 번역으로도 감동하지만 K시는 스토리텔링이 아니고 보다 은유적이며 상징과 내포를 담아 모국어의 정신과 깊은 울림을 향해 더욱 정진해야 할 것이다. 나라 밖에서는 시가 저물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 시인의 숫자도, 시집 발행 부수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으며 시 낭송가라는 새로운 영역까지 놀랍게 확대되고 있어 한국이 ‘시의 나라’라고 가슴을 펴는 까닭이 충분한 것이다.’
신춘문예 10관왕으로 등단하여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역임한 한국문단의 큰 어른 이근배 시인이 2022년 10월부터 2024년 9월까지 2년 이상을 ‘문학인신문’과‘월간시인’에 연재했던 ‘이근배 육성 회고록’을 수정 보완한 한국문학사상 최초 문단사의 기록이다.
제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한글둥이로 태어나 열여섯 살에 가출 ▶정지용 〈카페프란스〉 흉내, 루바슈카 맞춰 입다 ▶공초 오상순이 호를 지어주다 ▶부산 천재 김민부, 목포천재 천승세 서라벌예대 58학번 천재들 ▶1961년 동아 조선 서울 한국 등 신춘문예 연속당선 10관왕 ▶용공 오해받아 자진해산한 ‘청년문학가협회’의 비극 ▶김광주 무협소설 〈비호〉 베스트셀러 만들다 ▶『문학사상』 창간작업 돕다 ▶3대 필화사건과 문인간첩단 조작사건 음모 ▶『사상계』 폐간시킨 〈오적〉 후유증 ▶자전거 훔쳐 타고 가던 천상병 행방불명 최초공개 ▶김성동 〈만다라〉 발굴비화 ▶부도위기 『한국문학』 조정래에게 넘기다 ▶이청준, “어느 명이라고 거역하겠어!” ▶심훈과 당진, 나와 필경사 ▶장관도 쩔쩔 맨 김동리 한국문협 이사장 위세 ▶‘청록파’ 탄생의 정설과 이설 ▶“김동리, 자넨 왜 사회주의문학을 안하나?” ▶한국시의 DNA는 〈정선아리랑〉 ▶대한민국 시인으로는 맨 처음 윤동주 묘소 참배하다 ▶윤동주는 〈서시〉라는 제목으로 시를 쓴 적이 없다 ▶〈별 헤는 밤〉은 죽음을 예감한 시참(詩懺) ▶낡은 연희전문 졸업앨범을 비싼 값에 산 사연 ▶까까머리 고교생 황석영에게서 『문학예술』 사다 ▶대하소설 〈장길산〉은 장산곶매 전설 ▶방북과 망명, 투옥-황석영 자지불고기 ▶한국문학 움켜쥔 대작가 이청준 ▶“흡연이 위대한 문학을 낳았으나 작가는 목숨도 잃다”▶박경리-백낙청-김지하의 삼각관계 ▶조오현 스님, 만해사상 펼치는데 헌신 ▶“신달자의 〈저 거리의 암자〉가 석 달 수행보다 낫다” ▶이어령이 한 시대의 새벽을 깨운 ‘빛의 붓’인 이유 ▶「문학사상」 창간호 이상 초상화 넣은 이어령 본심 ▶아이디어와 쓰고 싶은 것 많았던 천재 이어령 ▶감성이 천재 고은 첫시집 〈피안감성〉 ▶왜 승복 벗어던지고 민주화 투쟁에 나섰나 ▶한국의 사포 김남조-무릎 꿇은 젊은 청년시인이 키스 ▶시 쓰기는 뒷전, 평생 옛 벼루에 홀렸다 ▶6.25한국전쟁 중 태동한 대한민국예술원 탄생비화 ▶인류에 질문하는 위대한 작품 쓰려고 64년 동안 시를 써왔다 ▶좋은 시인은 있어도 위대한 시인이 없는 까닭을 말하다’
‘이근배 육성회고록’은 천재시인으로 알려진 이근배 시인이 한국문단 60년 이상을 보고 느끼고 직접 겪은 경험을 혼신을 다해 기억을 되살려 담았다. 따라서 풍부한 내용과 함께 깔끔하게 정리하고 편집된 이 책은 한국문단의 60년을 총망라한 역사서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