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으로
사랑을 접어
집을 짓고
그리움을 달래
울타리를 엮는다
슬픔을 이어
강을 만들고
설운 맘을 졸라
바람을 만든다
꽃씨를 뿌려
봄여름 가을 겨울
꽃말을 뿌려놓는다
詩
너의 이름으로
한경옥의 "너의 이름으로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감정을 담은 서정시로 사랑과 그리움,
슬픔, 설움이라는 인간적 감정을 자연과 일상적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시는 개인적 감정을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세계로 전환시키며, 이를 통해 독자가 시인의
내면세계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시의 첫 연은 사랑을 "접어 집을 짓고"라는 표현으로 시작된다.
이는 사랑이 단순히 추상적 감정이 아니라, 실질적인 삶의 기반이자 안식처로 확장됨을 보여준다.
사랑은 단순히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집"이라는 구체적이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내는 행위이다.
이어지는 "그리움을 달래 울타리를 엮는다"는 표현은 그리움이라는 개인적 감정이 관계를 보호하고
경계를 설정하는 역할을 함을 암시한다.
둘째 연에서는 슬픔과 설움을 자연적 요소로 변환한다. 슬픔은 "강"으로, 설움은 "바람"으로 이어진다.
이는 감정이 단순히 내면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로 발산되어 더 큰 자연적 흐름과 연결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강은 지속적이고 유동적인 시간의 흐름을, 바람은 자유롭고 변덕스러운 감정의 움직임을 상징한다.
이를 통해 시인은 인간적 감정이 자연과 공명하며 순환하는 모습을 시적으로 드러낸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꽃씨"와 "꽃말"을 통해 생명과 언어의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봄여름 가을겨울"은 생명의 순환과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며, 이를 통해 감정의 지속성과 변화를 표현한다.
너의 이름으로"라는 구절은 시 전체의 정수를 담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감정과 변화는 "너"라는 존재와 이름에 의해 살아 숨 쉬는 것이다.
"너의 이름"은 단순한 고유 명사가 아니라, 감정과 기억, 그리고 시적 언어로 변모된 상징으로 기능한다.
이 시는 간결하고 절제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감정의 깊이를 강화한다.
각 연의 두 번째 행에서 독특한 전환이 이루어지며, 감정에서 자연으로의 연속적 확장이 돋보인다.
또한, 마지막 연에서 “詩”라는 단어를 분리하여 강조한 것은
이 작품 자체가 시인이 느끼는 감정을 예술적으로 승화한 결과물임을 암시한다.
"너의 이름으로"는 한 사람에 대한 깊은 감정이 자연적 이미지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확장되고,
결국 시적 언어로 승화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시는 독자에게 감정과 자연, 그리고 언어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시적 경험을 선사하며, 시인의 정서적 성찰을 보편적 메시지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