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과학을 시처럼 풀어낸 그림책
뭉크, 르네 마그리트, 윌리엄 터너, 김소월, 메리 올리버…. 구름을 사랑한 화가와 작가들의 이름을 열거하면 끝이 없다. 구름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대상임에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이 사는 곳도, 동화에서 잭이 콩나무를 타고 올라가 만난 거인의 성도, 천공의 성 라퓨타가 있는 곳도 구름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미지의 대상을 상상할 때 그리고 자기의 마음을 노래할 때 구름에 기댔다.
지금 이 순간 보이는 구름은 무엇인가? 저 구름은 얼마나 높이 있는가? 비를 몰고 오는 구름인가? 구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가?
이 책은 구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도, 구름이 가진 모든 이야기를 시적으로 풀어쓴 책이다.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자 시적 은유가 되는 구름을 쏙 빼닮은 책이라 할 수 있다. 구름이 가진 수많은 이야기들은 순간의 감탄을 넘어, 구름이 품은 경이로 우리를 안내한다.
구름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주다
이 책은 단순히 감상을 위한 책이 아니다. 구름의 이름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자연 현상으로 구름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 원리부터 과학적으로 접근하며, 그 본질과 구성 그리고 분류에 대한 상식을 알기 쉽게 들려준다. 구름을 처음 분류했던 영국의 약사 하워드는 식물이나 동물의 종을 구분하듯 구름을 분류했고, 전 세계 사람들이 같은 이름으로 부르기를 바라며 라틴어 이름을 붙였다. 구름의 제 이름을 아는 것은, 구름이 속한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방법임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과 같은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뜻이기도 한다.
작가는 구름의 정의를 소개하면서 작은 방에 직접 구름을 만든 사진작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구름의 생성 원리를 이야기하면서 샤워를 마친 뒤 우리가 욕실에서 둘러싸였던 그 수증기가 다른 아닌 구름임을 알려준다. 자연 현상 혹은 하늘 위에서 일어나는 일로만 여겨졌던 구름은, 이 책을 통해 우리 안으로 가까이 들어온다. 구름을 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구름에 담긴 이야기까지 포착한 아름다운 그림
높이와 모양에 따라 분류된 10가지 유형의 구름과 각 운형에 속한 15가지 종 그리고 다양한 변종 등 세상 모든 구름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재현되어 있다.
사실 그 어떤 화가도 구름을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그리기는 어렵다. 화가의 캔버스보다 하늘에 펼쳐진 구름이 더 장대하고 다채롭기 때문이다. 구름의 경우 그림보다는 사진에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사진 같은 그림이 특히 눈길을 끈다.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그림이기에 가능한 은유까지 모두 담아냈다. 구름의 여신 프리그가 금실로 지은 천이 구름이라는 신화와, 우주만큼 큰 알에서 나온 판구가 내뿜은 회색 숨결이 구름이라는 중국 설화 등이 해당 구름과 어우러져 근사하게 묘사된다. 풍부한 색감과 구름 특유의 질감, 밀도를 그대로 표현해내면서도, 구름이 품은 이야기까지 표현해낸 그림 덕분에 구름을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자 시적 은유로 품으려던 우리의 두 가지 욕구가 충족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분명 하늘이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구름을 보기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 고개를 들어 바라볼 것이다. 이름을 불러줄 테고, 구름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