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교윤리학’은 ‘불교’와 ‘윤리학’이라는 독립된 두 분야가 만나 새롭게 형성되어 최근 크게 관심을 끌고 있는 지적 탐구의 한 분야이다. 이 책은 영국의 불교학자로 초기불교와 불교윤리학 부문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데미언 키온(Damien Keown) 교수가 쓴 불교윤리학 입문서이다. 2005년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 명료한 이론적 설명과 풍부한 예시로서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다. 그런데 최근 현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이전에 생각지 못한 새로운 윤리적 문제들이 등장하였고,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수정과 보완의 필요성이 요청되었다. 이에 내용의 전면적 수정을 거친 개정판이 2020년에 출간되었다. 이 개정판에서는 AI나 유전자 복제 등 최신 첨단의 신선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불교에 대해 어느 정도 기초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를 가정하여 집필된 것이면서, 윤리적 문제에 관심 있는 불교인과 불교에 관심이 있는 윤리학자, 다른 세계 종교와 연계하여 불교윤리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하는 연구자, 서양에서 이미 제기되고 있는 복잡하고 논쟁적인 윤리 문제들에 대해 불교나 동양의 전통에서는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탄생되었다.
2.
이 책에서는 현대사회가 직면한 여섯 가지 윤리적 주제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첫 장에서는 서양 현대윤리학의 이론 전통에 비추어서 불교의 도덕이론에 대해 어떤 해석과 평가가 가능한지를 비교하고 있으며, 제2장에서는 동서윤리의 특징과 차이점 및 유사성에 대해 비교하고 있다. 이 부분들은 불교를 현대윤리학의 지평에서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한다. 제3장부터 제8장에 걸쳐서는 동물과 환경, 성과 젠더, 전쟁과 폭력과 테러리즘, 낙태, 자살과 안락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전자 복제, 사이보그, 인공지능(AI)의 발전과 관련된 미래 예측 이론인 싱귤래리티 등 가장 최근에 등장해 문제시되고 있는 윤리적 주제들을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현대의 윤리학적 주제들에 대한 고찰을 통해 우리가 당면하는 구체적인 삶 속에서의 문제의식과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세계의 어느 종교도 그 가르침 속에 옳고 그름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말하지 않는 종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도덕적 판단과 신념을 학문적으로 천착하여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윤리학적 이론으로 추출해 내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도덕적 가르침이 풍부한 불교 내에서 그 윤리적 입장을 이론적으로, 철학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 도출해 내는 것이 이 책의 의도이고, 이는 훌륭하게 이루어졌다고 하겠다.
한편 저자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논변의 조약돌을 하나씩 다 뒤집어보고 그 각각의 철학적 정합성과 실용성을 따져보면서 치밀한 분석을 통해 불교의 윤리학적 입장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드러내고 있는데, 이 점은 이 책이 가진 커다란 장점이다.
불교가 전통 종교로서 우리의 일상과 사고 속에 이미 익숙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독자의 경우 이 책에서 말하는 일부 주장에 대해 수긍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불교윤리학이라는 새로운 거울에 우리 자신이 지녀온 오랜 전통을 비추어 보는 신선한 경험을 통하여 우리의 문화와 고유 전통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평소 자신의 삶에 대하여 윤리적 고민을 가지고 있던 독자라면 다양한 불교윤리학적 주제들을 음미하면서 명증한 사고와 객관적 논증의 대열에 함께 참여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철학적 분석의 여정에 친절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3.
이처럼 이 책에서는 기존 윤리학의 전반적인 주제들뿐만 아니라 신경과학, 인공지능, 유전자 복제 등 최신의 새로운 주제들이 다뤄지고 있다. 따라서 명실공히 불교윤리학의 첨단 주제들을 쉽고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최고의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현대세계가 직면한 윤리적 딜레마에 불교는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대해 전반적 전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