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활동하는 김명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외진 마음이 격렬하게 기운 것도 저쪽이었다〉 가 사유악부 시인선 07번으로 나왔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공간과 장소에 대한 섬세한 시선의 미적 감각을 선보인다. 이러한 섬세함은 시 수국정원,에서 ’폭발하는 연극배우의 독백처럼‘에 이르러 조용한 정원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시어로 터뜨린다. 그리고 다시 고요... ’꽃의 일이려니‘ 라며 평온을 찾는다. 시인의 시처럼 장소의 극은 오롯이 시인의 내면에서 일어났다가 눕는다. 시인은 꽃의 일이려니, 라고 썼지만, 이러한 언술이야말로 시의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인이 장소에서 찾은 극은 ’당연한 장소에서 얻는 성찰의 극 ‘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이쪽이 아니라 저쪽을 지시하는 장르다. 시가 저쪽을 가리키는 장르인 까닭은 시인의 존재가 이미 이쪽에 살며 저쪽을 그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 시인이 설정한 시 세계는 어떻게 결정될까. 시를 수백 편 습작하면, 자연스레 시인의 고유한 스타일의 시 세계가 드러난다. 시인이 본 세계(보고 있는 세계)가 전위적인 세계인지 서정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세계인지, 일상을 깊게 들여보는 세계든지 여러 세계가 시인 개인별로 획득될 것이다.
김명희 시인의 이번 시집은 에두름 없이 저쪽을 가리킨다. 시인이 지시한 ‘저쪽’은 곧 장소성을 띠게 마련인데, 현대시의 장소성은 시인이 시를 통해 특정 장소에 대한 경험, 기억,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시가 단순히 추상적인 감정이나 이념을 다루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장소와의 연결을 강조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