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 최초 ‘괴테 금메달’ 수상
삼성행복대상 여성 창조상 수상
무정한 사회에 울려퍼지는 진정한 어른의 목소리
모두들 성공해야 한다고, 남들보다 내가 더 나아야 한다고 큰 소리로 외치는 시대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착하게 행동해서만은 안 된다고, 요령도 좀 피우고 이득을 따져봐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전영애 교수는 경쟁보다 다 함께 보듬어가며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는 그는,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며 올바른 과정을 통해서만 올바른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가만히 들어보면, 그가 하는 말은 대체적으로 조금 뻔하다고 생각될 만하다. ‘바르게 살아야 한다’거나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 대결해야 한다’ ‘배움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등 누구나 살면서 한두 번씩은 들어봤을 조언이다. 그러나 곱씹어 생각해보면, 훌륭한 위인들의 격언들은 대부분 단순하다. 그저 소박하게, 인위적인 멋을 부리지 않고, 본질을 향해서만 집중하는 삶. 그래서인지 전영애 교수를 보고 있노라면, 어딘지 모르게 어린아이를 닮은 해맑은 모습이다. 남들 시선 신경쓰느라, 이 일 저 일 기웃거리느라 집중력이 흐트러진 요즘 사람들에게 하나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
전영애 교수가 평생을 연구한 괴테의 가르침도 알고 보면 그 모양이 비슷하다. 바이마르 대공국의 재상으로서, 동시에 독일 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작가로서 평생을 열정적으로 산 괴테는 작품을 통해서 늘 간결하고 명확한 지혜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애썼다. 전영애 교수가 괴테의 말을 꾸준히 전하는 이유는 한 사람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그런 사람은 어떻게 자기를 키웠는지 알려주고 싶어서다.
전영애 교수는 경기도 여주에서 ‘맑은 사람들을 위한 책의 집’ 여백서원을 지어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그에 더해 ‘괴테마을’의 조성에 힘쓰고 있다. 괴테가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랑크푸르트의 집을 본떠 지은 ‘젊은 괴테의 집’과 괴테가 바이마르에 가서 처음 살던 작은 ‘정원집’도 완공되었다. 속속 들어서고 있는 건물들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정원인데, 여백서원과 괴테마을의 정원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꾸는 공동체 정원이다. ‘홀로 아름답게, 함께 더 아름답게’라는 구호를 가진 이 정원은 누구나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들고 와 한 귀퉁이에 심어 주인이 되고, 그러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도로 설계했다. 이 아름답고 귀한 정원이 널리 알려져 전영애 교수는 ‘2024 국제 정원 심포지엄’에 연사로 나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정원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고단한 이들에게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수업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에 담긴 말들은 하나같이 모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어려움이 닥쳐도 세상을 탓하지 않고, 다만 바른 길을 함께 걷자고 이야기한다.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랑’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을 진심을 다해 하면 그것으로 된 것이라고 위안한다. 그리고 형편이 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지금 줄 수 있는 작은 도움을 주라고 이야기한다.
전영애 교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저렇게 해야 한다고 부러 무거운 짐을 얹지 않는다. 한 박자 쉬어가는 말투로, 행여 잘못 전달될까 염려하며, 바르게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에 대해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중요한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바로 행동하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길은 시작되었다. 여행을 마저 하라. 근심 걱정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괴테의 이 단호한 말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큰 지혜가 담겨 있는 듯하다.
전영애 교수는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사람은 늘 배워야 합니다. 배우지 않는다는 것은, 배울 생각이 없다는 것은, 모질게 말하자면 살 생각이 별로 없는 것 아닌가 싶어요. 살아 있다면,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죽기 닷새 전에도 공부 좀 해야겠다고 이야기한 괴테를 빼닮았다. 무엇을 보더라도 무덤덤하다면 괴테가 볼 때는 다 산 것이나 마찬가지다. SNS에 전시된 화려함에 길들어 무엇이든 시큰둥한 사람들이 들으면 뜨끔할 만하다. 무엇을 보아도 설렐 수 있다면, 세상 모든 경험이 공부가 될 수 있다. “전율은 인간의 최상의 부분”이라고 말한 괴테의 통찰을 다시금 생각해볼 때다.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은 없지만 죽기 전에 괴테의 모든 글들을 다 번역해놓고 가고 싶다고 말하는, 일흔넷의 나이에도 여전한 설렘을 간직한 해맑은 노학자. 책을 읽고 있노라면, 삶에 지친 이들에게도 그 생동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은 냉혹한 시대의 찬바람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가장 따뜻한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