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윤 선생은 1945년에 제주에서 출생하여 1963년 전남대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에 홍익대학교로 편입하여 1967년 졸업했다. 1967년부터 1969년까지 ROTC 공병장교로 병역을 마친 뒤에, 1972년까지 금성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홍대 출신의 빼어난 ‘투시도쟁이’로 명성을 얻었다가 1972년부터 1974년까지 제주도의 세기건설에서 근무하기 위해 낙향했고, 1974년 3월에 ‘김석윤건축사사무소’를 개소, 2002년에 ‘김건축사사무소’로 개명하여 지금에 이른다.
이 구술집의 주안점은 김석윤 선생의 평생 과제인 ‘제주 건축의 정체성의 파악과 표현’을 살피는 데 있다. [중략] 제주 건축가들의 이중적 과제인 ‘조사와 기록’과 ‘정체성 표현’을 온몸으로 평생에 걸쳐 껴안은 화신(化身)이 바로 김석윤 선생이다. 그는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주도 주택의 의장적 특성에 관한 연구: 조선후기 와가를 중심으로」(1986)를 썼고, 이를 토대로 「제주건축의 향토성 개념 정립과 보급·확대 방안 연구」(1987)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연구들의 중심에 김석윤 선생의 생가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집은 김석윤 선생의 건축 활동의 근원이다.
구술집에는 김석윤 선생이 설계한 여러 채의 주택과 공공건축물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선생의 작품들은 정체성, 지역성, 제주다움 등과 관련하여 거의 모두가 탐구의 대상이 되겠지만, 특히 구 제주도지사 공관이 흥미롭다.
제주도의 관광화와 도시화는 김석윤 선생의 건축 활동에 가장 큰 배경이 된다. 1971년에 귀향한 이후에 크게 관계한 작업도 「제주관광종합개발계획 기본계획조사」(1974)이었다. 이후 전개되는 제주도의 급격한 개발은 건축 수요의 증가와 이어지고, 또 난개발로 인한 경관의 훼손은 정체성의 탐구와 연결된다.
이 책이 김석윤 선생을 매개로 하여 제주 건축과 또 한국 건축의 논의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더 나아가 현대건축에서 제주성이나 한국성을 논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 역할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