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놀이이자 공부, 분해
오래되었거나, 고장이 났거나, 신제품을 구입해서 등 여러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있게 마련이다. 『지구를 위한 분해 연습』은 이런 물건들을 흥미로운 놀이이자 공부거리로 만드는 ‘분해’라는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드라이버와 장갑, 부품 정리 통, 그리고 호기심이 준비물이다.
분해하기 좋은 물건들로는 개인용 컴퓨터, 전화기, 진공청소기, 토스터, 라디오, 카세트 플레이어, 스피커, 헤어드라이어 등이 있다. 휴대폰은 대부분 회로 기판이라 별 재미가 없고, 유해 가스가 나오는 엘시디(LCD) 모니터나 세탁기 등은 피하라고 알려 준 뒤, 그중에서 카세트 플레이어와 토스터를 분해하는 과정과 부품을 생생한 사진으로 보여 준다. 매끈한 겉껍데기 안에 정말 다양하고 신기한 모양과 색의 부품들이 있고 그것들이 제자리에 있어야 작동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 어린이들과 분해 연습 교실을 오랫 동안 운영한 저자들은 물건을 찬찬히 관찰하고, 누구나 따라 분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분해 활동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첫 번째는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나이가 어린 어린이도 몇 가지 도구 사용법만 알면 물건을 분해할 수 있다. 손재주가 없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분해는 단순히 물건을 하나씩 분리하기만 하면 되므로 실패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감싸여 보이지 않는 물건을 분해하여 그 안에 숨겨진 것들을 하나씩 발견하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모험처럼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관찰력을 키울 수 있다. 분해를 위해 어떤 물건을 선택할 것인지, 어떤 도구를 이용해서 어디서부터 분해를 시작할지, 그 안에 어떤 부품들이 들어 있는지, 그 부품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 분해의 전 과정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찰력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자제력을 키울 수 있다. 분해는 실패할 수 없는 활동이기는 하지만 인내심이 필요하다. 복잡한 부품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분리해야 하고, 앞의 과정으로 여러 번 되돌아가서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했을 때의 즐거움도 그만큼 커진다.
네 번째, 분해한 물건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 케이블, 엘이디(LED), 모터, 스위치, 배터리 홀더, 회로 기판 등을 살펴보고, 그것이 각각 물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첨단 기술의 실체를 확인하고 과학 시간에 배운 지식을 적용해 볼 수 있다. 또 각각의 부품을 만든 원료의 산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세계 지리에 대한 지식도 넓어질 것이다.
분해가 끝나면 도시 광부로 변신하자
분해 활동은 단순히 물건을 샅샅이 뜯어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분해하여 나온 물건을 처리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
물건을 분해하면 수많은 볼트, 너트, 전선, 원통, 스프링, 유리, 회로기판, 모터, 스피커, 튜브, 자석, 코일, 저항기, 스위치, 플라스틱 틀, 철, 구리, 알루미늄, 강철, 다양한 합금이 나온다. 이러한 물건들은 다시 소중한 자원으로 쓰일 수 있다. 볼트와 너트 등은 다른 물건을 수리할 때 사용할 수 있고 철, 구리, 알루미늄, 강철, 합금 같은 금속은 영구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특히 회로 기판은 소중한 자원의 보고로, 금광에서 암석 1톤에서 최대 금 10그램을 추출하는데, 회로 기판 1톤에서는 무려 금 250그램을 추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별히 드물고 귀한 원소인 희토류도 추출할 수 있다.
책을 감수한 유상운(국립한밭대학교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물건 속 다양한 부품들을 살펴보며 그 부품들을 만들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추출된 광물들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다. 분해를 통해 물건은 우리의 역사와 지구적 자원의 흐름을 이해하는 창문이 된다.”
이처럼 분해한 부품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새로운 사용법을 고민하여 활용하고, 재활용 가능한 요소를 분리하여 배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자원의 특성과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쓰레기가 자원으로 변신하고, 지구를 살리는 분해 연습이 완성되는 것이다. 책을 다 보고 나면 누구나 즐겁게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분해 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