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눈에 보이지도, 손끝에 만져지지도 않는다. 때문에 어떤 식으로 다가와 어떻게 마음을 잠식시키는지 미리 알아차리기 힘든 법이다. 아픔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중환자실에서도 이는 다르지 않다. 『가끔 이기고 자주 집니다만』은 중환자실 간호사가 기록한 ‘고통과 회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우울에서부터 그에 대한 대처, 마음 다스림 법까지 가감 없이 적었다. 버티는 삶에 대한 고단함, 죽음에 대한 솔직한 토로는 긴 새벽에 갇혀 울어 본 이들이라면 묵직한 심경으로 와 닿기 충분하다.
이 책은 한 개인의 단순한 감정 기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간호사라는 저자의 직업을 살려 전달하는 정보는 독자에게 실질적인 회복을 꾀하도록 돕는다. 조금 더 상세한 우울 진단 테스트, 공황 발작 대처법 등을 담은 장 부록과, 간단한 의료지식 및 저자의 다독임을 적은 ‘새벽을 지새우는 이들에게’ 박스가 그 예시다.
우리는 언제나 ‘가끔 이기고 자주 지지만’, 이 또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과정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자가 전달하는 다정한 응원을 통해 내일의 희망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고장 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환자실 간호사이자 환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병원과 센터, 솔직한 내면 일지.
저자는 마음을 좀먹는 불안을 다스려보고자 병원과 상담센터를 전전했다. 간호사가 아닌 환자의 입장으로 들어간 진료실은 퍽 낯설었다. 모든 과정이 순탄한 건 아니었지만, 예상치도 못한 따뜻한 위로를 만나기도 했다. 삶과 죽음은 한 끗 차이라는 것.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 순간이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터널을 어느 정도 빠져나온 듯한 지금. 내디딘 한 발 한 발이 비단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음을 저자는 고백한다. 닿은 줄도 몰랐던 무수한 다정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헤엄치지 못하는 해파리는 물길을 따라 떠다니며 살면 된다.’는 어떤 말처럼,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불가능한 무언가를 억지로 노력하는 것 대신 주어진 능력을 가지고 그 몫을 해 나가도 된다. 그럼에도 언제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 이 세상 모든 ‘당신’들을 위해, 『가끔 이기고 자주 집니다만』을 빌어 기꺼운 안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