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신비주의와 서양 철학의 결합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는 사건 전개
영국 문학의 거장 아이리스 머독의 대표작!
《바다여 바다여》는 영국이 사랑한 20세기의 대표적 지성이자 철학자,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아이리스 머독에게 맨부커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이다. 지성과 통찰이 곳곳에 깃들어 있는 이 작품에서, 머독은 ‘어쩌면 인생이란 어떤 결과를 싣고 돌아올지도 모르면서 먼바다로 항해를 떠나는 배와 같지 않을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과거의 사소한 행위가 생각지도 못한 연쇄 작용으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고, 그 결과가 또다시 현재와 만나 증폭하는 삶의 방정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조용하고 평온한 은퇴를 꿈꾸던 한 노인
질투와 광기 어린 사랑, 죽음과 회한, 정열과 환희의 불꽃놀이에 휘말리다
은퇴할 즈음의 한 남자가 있다. 배우 겸 연출가로서 연극계에서 절대적 권위를 행사한 찰스 애로우비다. 그는 한때 언론이 ‘폭군’, ‘깡패’, ‘괴물’이라 부를 정도로 엄청난 권력을 행사했다. 그런 그가 어느 한적한 바닷가로 향한다. 은퇴를 앞두고 지난날의 삶을 회고하며 삶과 세상에 대해 사유해보기 위해서다. 찰스는 바다의 침묵과 고독을 벗 삼아 동식물에서 위안을 받는 칩거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나 찰스는 자신의 과거를 찬찬히 대면하면서 뜻밖의 사건을 잇달아 마주한다. 그를 혼란스럽게 하는 건 지난날 그가 사랑을 나눈 여인들이다. 과거의 악령에 사로잡힌 그는 미친 듯이 출구를 찾아 허우적거리다 붕괴 직전에 이른다. 특히 찰스 생애 오직 한 번,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한 하틀리가 등장하며 찰스의 혼란은 절정을 이룬다.
찰스와 하틀리 그리고 그녀의 남편 벤은 질투와 광기 어린 사랑, 죽음과 회한, 정열과 환희가 결합한 그로테스크한 멜로드라마를 써 내려간다. 찰스는 구원 없는 집념에 사로잡혀 점차 이성을 잃어간다. 그러나 어떤 사고를 계기로 자신이 광증에 사로잡혔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 아닌 질투와 불만, 분노였음을 깨닫는다. 이제야 파멸적인 상황에서 빠져나온 찰스는 무심한 듯 출렁이는 바다를 보며 그가 바라던 침묵의 평온에 도달하는 듯하다. 길고 긴 여정이었다.
경이로운 작품이자 환상적인 상상력의 축제!
무엇을 추구하며 살 것인지를 묻는 지성적 시도
아이리스 머독은 당대 최고의 지성답게 소설 곳곳에 동양적 신비주의와 서양 철학을 결합해 삶에 대한 사유를 펼쳐놓는다. 나아가 여러 인물의 복잡한 관계망과 그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추적할 때는 추리소설의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도저히 수습할 수 없을 것 같은 혼란을 끝까지 여러 갈래로 밀어붙이다가 종내에는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종결점으로 수렴하는 머독의 솜씨는 왜 그녀가 수많은 독자와 평단에 인정받은 작가였는지를 가늠케 해준다. 머독이 번득이는 상상력과 압도적인 지성으로 인간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이 작품은 묻는다. 무엇을 추구하는 삶을 살 것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