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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기적

장미의 기적

  • 장 주네
  • |
  • 문예출판사
  • |
  • 2024-12-16 출간
  • |
  • 456페이지
  • |
  • 140 X 210mm
  • |
  • ISBN 978893102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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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악의 성자’ 장 주네
도둑, 동성애자, 폭력, 감옥의 세계에
신성성을 부여해 미(美)의 위계를 전복하다

★‘한국의 장 주네’ 장정일 작가 해제 수록

한 시인이 또 다른 시인의 시집을 훔치다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판사가 물었다. “만약 누군가 당신 책을 훔친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시인은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답했다. 판사가 다시 물었다. “이 책의 가격을 아는가?” 시인은 “가격은 모르지만 그 가치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시인은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시인의 이름은 장 주네. 그가 자신의 첫 시 〈사형수〉를 발표하고 첫 소설 《꽃의 노트르담》을 쓰기 시작한 즈음의 일이다.

사생아로 태어나 생후 7개월 만에 유기되어 청소년기 때부터 감화원을 들락거린 장 주네는 반항의 주제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가장 개성 있게 표현했다고 평가받는 작가다.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에 뛰어들기까지 30여 년 동안 감화원, 절도, 동성애, 부랑 생활을 이어온 주네는 자신이 경험한 삶에서 출발해 기존 세계의 규범과 대립하는 독창적인 미학을 창조했다. 그리하여 ‘악의 성자’로 칭송받았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들을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드는 주네의 시적 언어는 수많은 사람을 매혹했다. 1947년, 주네가 반복되는 절도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자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장 콕토, 앙드레 브르통 등이 탄원해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20세기 후반의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 불린 수전 손택 역시 주네를 혁명가라 칭한 바 있다. 주네의 삶과 그의 작품은 동시대 유럽과 영미권의 퀴어 연구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지는 등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장미의 기적》은 주네의 두 번째 소설이다. 1943년 상테 형무소에서 탈고한 원고다. 감옥에서 육체는 억압되었을지라도 자유로운 정신으로 모색한 세계를 시적 산문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주네는 이 책에 도둑, 남창, 동성애자, 부랑자 등에 대한 애착을 담았다. 즉 그는 자신을 거부하는 세상을 거부하는 방편으로 악에 몰두하는 자들의 삶을 탐닉했다. 규범 ‘바깥’의 삶을 상상 가능한 삶, 아름다운 삶으로 복권하여 삶을 가로지르는 폭력적 위계에 균열을 낸 것이다. 주네는 익숙함, 아름다움, 존엄함 등의 정의를 비판적으로 심문하여 새로운 미학으로 나아갔다.


언어를 도둑질해 독보적 시적 언어를 꽃피운 장 주네,
억압당한 쾌락, 사랑, 환희에서 기적을 목도하다

주네는 자신이 청소년기를 보낸 메트레 감화원과 서른 즈음에 수감된 퐁트브로 형무소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네가 수감자 동료들에게 품은 사랑과 환상, 환희에 상상력을 더한 시적 산문이 내내 이어진다. 아르카몬, 뷜캉, 디베르. 주네가 지극히 순수한 사랑의 욕망을 품은 자들이다. 아르카몬은 광채를 발하는 사형수다. 그는 ‘페니스’ 그 자체인 인물로, 모든 수감자가 그 권위를 인정하는 신과 같은 존재다. 뷜캉은 감화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다. 강도질할 때 쾌감을 느끼며 심지어 사정까지 하는 천상 도둑이다. 디베르는 주네를 육체적, 감정적으로 점유한 남자로 주네가 감옥에서 그와 나눈 쾌락은 숭배로 나아갈 정도로 강렬했다. 감옥 안에서 주네와 결혼한 자이기도 했다. 셋 말고도 주네의 몸과 마음을 점유한 수감자는 무수히 많다. 모든 수감자는 메트레 감화원이 낳은 형제였다. 즉, 서로를 사랑하며 쾌락의 대상으로 삼는 근친상간의 당사자였다. 비위생적인 형무소에서 지내며 냄새를 풍기는 자들이 나누는 쾌락과 사랑에서는 꽃향기가 났다. 기적이었다.

주네는 지독하고 집요하게 언어에 매달렸다. 주네 이야기의 청자이자 이 책의 독자, 즉 ‘당신들’에게 동료 수감자와 감화원의 악마적인 달콤함을 전하기 위해서다. ‘당신들’은 감화원 바깥에 사는 사람들이다. 수감자들을 ‘괴물’로 보는 편에 속한 사람들이다. 그런 ‘당신들’에게 그 반대편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온전히 전하려면 언어에 절박하게 매달려야만 한다. 언어의 한계를 마주해야만 한다. 뷜캉의 아름다움을 내내 찬미하던 주네는 마침내 더는 사용할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행복해한다. 기존 언어가 소진된 곳, 기존 언어를 다른 의미로 채워야만 하는 곳에서 비로소 뷜캉의 아름다움을 인식할 가능성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기성 언어의 끝에서, 주네는 마침내 언어를 도둑질하는 데 성공했다. 도둑은 주네의 필연적 운명이었다. 절도와 시 모두 사물(혹은 정신)을 원래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주네 특유의 아름다운 시적 산문은 기존 세계의 질서를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위계를 뒤집는 도둑질에서 피어났다.


수감자, 도둑, 동성애자, 부랑자의 창세기
상상력으로 빚어낸 시적 세계로 ‘당신들’의 세계를 위협하다

주네가 범한 이중의 도둑질(물건, 언어)에서 창안된 시적 산문은 수감자들에게 신성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메트레 감화원은 원래 수도원이었다. 그러나 단지 장소의 계승만이 신성성의 이유는 아니다. 주네는 반복해서 아르카몬을 신에 빗대고, 다른 수감자를 수도자에 빗댄다. 자신의 언어를 종교에 탐닉한 신비주의자의 언어와 견준다. 주네는 이 책 제목을 ‘천사의 아이들’로 지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당신들’ 세계의 위계를 뒤집은 곳에서는 가장 흉악한 도둑이 신이다. 이 세계의 신인 아르카몬은 자신의 팔을 감싼 쇠사슬을 장미꽃으로 변모케 하는 기적을 행한다. 신이 행한 이 기적으로 전에 없던 세계가 열린다. 《장미의 기적》은 수감자, 도둑, 동성애자, 부랑자의 창세기다.

상상력(혹은 ‘망상’)은 주네가 좁디좁은 감화원에서 언어와 세계를 창조한 원동력이었다. 주네는 줄곧 바다를 항해하는 갤리선의 세계를 몽상한다. 갤리선은 제약 많은 현실에서의 불만족을 해소하는 자유의 공간이다. 갤리선에서 주네의 고독은 곧바로 쾌락으로 실현되고 주네의 얼굴과 몸은 누구보다 젊고 아름답게 변한다. 갤리선에서의 주네는 가장 강한 남자인 선장의 애무를 독차지할 수 있다. 갤리선의 몽상은 일상으로 이어진다. 상상력으로 잔뜩 부풀린 갤리선의 세계는 제약 많은 현실의 답답함을 달래주고, 주네의 사랑과 환희에 깊이를 더해준다. 현실과 환상의 연쇄 작용으로 주네와 그 동료, 연인들의 세계는 점차 단단해진다. ‘당신들’의 세계에 필적할 내적 완결성을 획득해 기존 세계를 위협한다.

하지만 도둑질에서 출발한 주네의 언어와 세계는 이내 스러진다. 메트레 감화원은 폐쇄되었다. 그곳에 수감된 흉악하고 사랑스러운 악마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주네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늘에서 별이 사라져버렸다”. 아르카몬은 죽었다. 뷜캉도 죽었다. 뷜캉의 죽음은 수감자들 사이에서 가벼운 화젯거리로 떠돌았을 뿐이고, 언론의 관심을 받은 아르카몬의 처형 역시 이내 종이(신문)의 무덤에 묻혀 잊힐 것이다. 그러나 악의 성자이자 창조자인 주네는 살아남아 자신이 창조하고, 경험했으며, 목격한 기적을 기록한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저쪽 시간 너머에까지 알릴 것이다. 대상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들의 이름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게 물을 것이다. 뷜캉, 아르카몬, 디베르란 누구였는가? 그러면 그들의 이름이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킬 것이다. 마치 천 년 전에 죽은 별에서 오는 빛이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처럼.”


작가와 작품 세계를 전반적으로 조망하는 옮긴이 해제,
‘한국의 장 주네’ 장정일 작가가 제안하는 주네에 대한 새로운 독법!

책에는 저명한 불문학자이자 이 책의 역자인 박형섭 교수의 해제와 ‘한국의 장 주네’라 불리는 장정일 작가(물론 그는 자신이 주네와 달리 소년원의 세계를 한사코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칭하는 사람들을 ‘바보’라 언급한 바 있다)의 해제가 함께 실렸다. 박형섭의 해제는 장 주네의 삶과 작품 세계, 《장미의 기적》의 문학사적 의의 등 작가와 작품 전반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돕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더 심화된 이해를 원하는 독자가 참고할 만한 자료 소개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 장정일은 주네에 대한 새로운 독법을 제안한다. 주네의 소설 속 인물들은 대개 약자를 대상으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이들의 범죄가 기성 체제에 대한 반항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약자(특히 여성)를 부조리한 사회의 대속물로 삼는 무자비한 범죄를 옹호하는 일은 더는 올바르지 않다. 이에 장정일은 주네의 작품에 녹아 있는 작가의 독서 이력을 근거로 주네의 소설을 피카레스크 소설(악동소설, 악한소설)로 읽자고 제안한다. 피카레스크 소설은 권선징악과 교훈을 강조하는 이야기의 오랜 전통을 철저히 거부하고 자기 생존만이 중요한 밑바닥 인생이 ‘악한’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피카레스크 소설은 ‘내가 바뀌어도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면 뭐 하러 변화를 추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품고 있는데, 기존의 모든 가치관이 파괴된 양차 대전 이후 거의 모든 현대 소설로 그 문제의식이 확장되었다(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떠올려보라). 주네의 작품을 피카레스크 소설로 읽을 수 있다면, 이를 철학적으로 읽어온 독법을 문학사적, 장르적 독법으로 전환해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아포리아에 부딪힌 주네의 소설을 구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정일의 주장이다. 주네를 ‘가볍게’ 해주자는 제안이다.


‘악’에 대한 집요하고 필사적인 탐닉이 선사하는
미학적, 윤리적 충격

주네는 문학, 예술, 철학, 미학에서 독자적 위상을 가진 작가다. 독자와 연구자들은 시대에 따라 그의 가치를 새로이 갱신했고, 이 시도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주네가 창조한 언어와 세계의 빛깔이 그만큼 다채롭고 풍부하다는 의미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가 자신을 버린 세상을 겨냥해 창조한 결과물이자 도둑, 동성애자, 폭력, 감옥의 세계에 신성성을 부여해 미(美)의 위계를 전복한 《장미의 기적》은 여전히 열린 텍스트인 것이다. 그러나 ‘당신들’이 여기서 무엇을 읽어내는지는 어쩌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억압하는 세계에 대항해 자신만의 도덕성을 벼려낸 ‘악’에 대한 주네의 집요하고도 필사적인 탐닉에 미학적, 윤리적 충격을 받지 않을 수는 없을 테니까. 주네에 대한 해석이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는 건 필연이다.

목차

작품 해설 | 악의 토양에서 핀 언어의 꽃, 《장미의 기적》
장정일 해제 | 주네를 가볍게 해주기
장 주네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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