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밭" 지원 씨 가족의 고뇌는 타당한가?
누구나 심각한 이유로 병원 가지 않는 일상
대사중심 치료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
30대 초반의 초등학교 교사 지원 씨가 완전해독연구소’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린다. 지원 씨의 아버지는 대장암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고, 어릴 때 자기를 돌봐주어서 사이가 각별한 할머니는 췌장암에 걸려 있고, 50대 초반인 막내 이모는 혈액암이다.
‘암 밭’인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걱정과 자신도 언제 암에 걸릴지 알 수 없는 불안으로 인해 지원 씨의 얼굴은 그 나이 젊은이답지 않게 웃음기가 없다.
저자는 일단 암은 유전인자나 가족력 때문이 아니라 생활습관이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부터 지원 씨에게 이해시키기로 한다.
“후성유전학에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숨 쉬는 공기, 운동, 스트레스 같은 요소들을 암유전자가 발현되는 환경으로 보아요. 이런 환경 요인이 암 발생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는 거지요.”
〈병원 갈 일 없는 대사 혁명〉은 지원 씨처럼 암 등 고질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불안과 공포에 떨며 지내는 사람들과 저자가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고질병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저자가 전하는 안심 메시지이자 "병 탈출" 비법이다.
국립암센터 연구원 출신인 저자는 ‘(유전자가 아니라 체내) 독소가 암의 원인이다’, ‘암은 국소질환이 아니라 전신질환이다’, ‘암은 쉽게 걸리지 않는다’, ‘우리는 이렇게 암세포를 키우고 있다’, ‘이런 몸에 암세포가 생길 수 없다’ 등 암에 대한 본인의 시각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사실 저자의 이 같은 주장이 새롭거나 파격적인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많은 국내외 의료인, 의료학자 등 전문가들의 견해와 인류의 지난한 암 치료 역사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논지를 펼쳐나간다.
저자가 인용한 대표적인 외국 학자로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생물학, 유전학, 생화학을 가르치는 토머스 세이프리드 교수는 자신의 저서 『암은 대사질환이다』에서 암을 분자생물학적으로 분석해 암이 대사질환임을 명쾌하게 밝혀내 학계와 일반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이미 1930년대에 유기농 채소와 과일로 만든 주스, 커피관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거슨 요법’으로 난치병을 치료한 막스 거슨과 음식을 통해 암과 같은 만성질환을 타깃으로 ‘뉴트리테어리언Nutritarian 식이요법’을 개발한 미국의 영양학 전문가 조엘 펄먼 박사, 암세포의 대사를 강조한 유명한 건강서 전문 작가 레이먼드 프랜시스 등을 등장시킨다.
국내 의료인으로는 전홍준 박사가 있다. 그는 『나를 살리는 생명리셋』에서, “암 환자에게는 항암제를 쓰는 식으로는 치료가 잘되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의 몸과 마음 전체를 치료하는 전인치유 의학Holistic medicine 곧 시스템의학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보기에는 암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의 원인은 잘못된 신진대사에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세포 단위에서의 영양 공급과 해독이 충분치 않은 것이 질병의 원인이다. ‘영양’은 각종 필수 영양소와 함께 혈액 내 원활한 산소의 공급을 말하고, ‘해독’은 장내 미생물, 장누수증후군, 혈액순환, 비타민과 미네랄이 합성하는 효소, 커피관장 등과 관계돼 있다.
그러다 보니 책은 암에 대한 설명인 1장을 기점으로 2장에서는 대표적인 대사질환인 당뇨, 이어서 3장에서는 영양과 해독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장, 그리고 4장에서는 인체라는 화학공장을 돌리는 연료라고 볼 수 있는 효소를 다룬다.
저자는 암, 당뇨, 장, 효소 각각의 기능 등에 대해 자세하게 원론적인 설명을 하면서도, ‘당뇨를 예방하는 생활습관’으로 ‘하루 한 번만 밥.빵.면.떡 먹기’처럼 매우 구체적인 조언을 한다. 질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생활 실천 지침이 듬뿍 담겨 있다.
또한 의료 건강 및 의료 관련 지식에 대한 ‘알쓸건잡(알아두면 쓸만한 건강 잡학사전)’과 각 장별로 필요한 음식과 생활습관에 대한 ‘핵심 요약’이 되어 있어 다채로우면서도 실제적인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책은 지원 씨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데서 출발하지만, “인류의 암 정복은 과연 언제쯤이나 가능할까?”, “현대 의학은 암 정복을 위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언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인해 고통받고, 목숨을 잃어야 하는 걸까?”와 같은 큰 질문으로 나아가며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저자는 “최근 암 연구는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유전자 발현 조절, 그리고 대사적 특성을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인류가 암과 싸워온 오랜 여정은 대사 중심 접근법에 주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한 현대의학은 환원주의적 사고(복잡한 요소를 단순한 구성요소로 이해하려는 방식)와 대증요법(증상을 완화하거나 관리하는 치료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대사 중심의 치료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의료계 거대담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저자는 두 편의 ‘들어가는 말’에 담아놓았다.
책의 제목 중 ‘병원 갈 일 없는’은 누구나 심각한 이유로 병원에 가지 않고,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행복을 누렸으면 하는 저자의 염원을 반영했다.
부록으로는 ‘대사 식단’이 실려 있는데, 아침, 점심, 간식, 저녁 식단 1주일치가 짜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