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많은 아이가 연봉도 더 받는다고?
16년 차 현직 교사가 분석한 또래유능성 높은 아이들의 성공 비밀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추천! “아이들의 유토피아가 또래유능성에 달려 있다!”
2024년 6월 한국은행이 흥미로운 연구 리포트(‘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 증가’)를 발표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협동·협상·설득·공감력 등 이른바 ‘사회적 능력’이 좋은 사람들의 임금은 높아지는 반면, 수능 점수 같은 인지적 능력이 높은 사람들의 임금은 낮아졌다는 것이다. 일자리 수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뚜렷이 보였다. 단순 반복 업무는 물론이고, 수학적(인지적) 집중 기술의 일자리조차 사회적 집중 기술 일자리의 가파른 증가폭을 따라가지 못했다.
한 아이 또는 많아야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일반인 요즘, 아이의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 중요한 무대가 되는 곳이 바로 학교다. 그러나 많은 아이가 공부 열심히 하라는 주문은 받아도, 친구와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지, 함께 협업하기 위해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교육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 결과가 오늘의 학교다. 또래 사이에 끼지 못해 쉬는 시간마다 혼자 책 읽는 척을 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교사의 제재에 따르지 않는 아이들의 증가로 교실이 붕괴되고 있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온다. 이 교실 한가운데서, 친구 없는 아이들의 소외되는 모습에 고민하며 또래유능성 개념을 연구한 교사가 있다. 바로 《친구에게 인정받는 아이가 앞서갑니다》(2024, 멀리깊이 刊)의 저자 김아영 교사다.
“친구들이 형님이라고 불러요!”
갈등을 해결하고 상황을 주도하는 또래유능성 높은 아이들의 성공비밀
바른인성교육실천사례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평소 인성교육에 관심이 높았던 김아영 교사는 모둠활동 비중이 높아질수록 친구 관계가 좋은 아이들의 학업 성적도 높아지는 현상을 경험했다. 실제로 이미 대구와 제주 지역에서는 IB 교육과정을 도입했고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의 시도교육청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IB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떠올린 질문을 기반으로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 형식으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프로젝트 도중 친구와의 소통이 미숙하거나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모두에서 소외되고 이후 프로젝트에 끼지 못하는 등 수업에서 도태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협업 방식은 비단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고등학교, 대학교, 기업에 입사한 후에도 통용되는 것으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사회성 높은 인재의 연봉이 수능점수 높은 인재들을 추월하기 시작한 현상의 주요한 원인이다.
김아영 교사가 사회성 중에서도 분명하게 ‘또래유능성’ 개념에 주목한 이유는 분명하다. 또래유능성이란 또래 내 다양한 상황에서 보이는 사회적 능력을 의미하는 발달심리학 개념이다. 이 능력은 아이들의 사회적 적응, 학업성취, 성인이 되었을 때의 사회적 유능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래유능성이 뛰어난 아이들은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상황을 주도하는 역량이 높다. 친구들과 놀고 싶을 때, 그 무리에 가서 같이 놀자고 당당하게 제안하는 아이들이다. 반면에, ‘친구들이 나와 놀고 싶어 할까?’ 주저하며 멀찍이 바라보고 있는 아이라면 또래유능성을 키워주어야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며 교사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기억에 남는 멋진 아이’를 설문했을 때, 한 교사는 언제나 얼음물 두 개씩을 가지고 다니며 친구들이 원할 때 주던 반장 친구를 떠올렸다. 또래 친구들이 그 친구를 ‘형님’이라고 불렀는데, 이 관계성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또래유능성 높은 아이를 앞서가게 만든다.
아이의 자기표현 성향을 파악해야 친구 간 서열에서 뒤처지지 않습니다!
아이의 또래유능성 발달 정도에 따른 적절한 대화·놀이 가이드
보드게임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저자는, 책에 가정에서 아이의 또래유능성을 키우기 위해 함께하면 좋은 다양한 보드게임과 교육자료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그와 함께 중요하게 거론한 개념이 바로 ‘자기중심’‘자기표현’ 개념이다.
아이의 사회성을 발달시키고 싶어도, 아이의 성향이 천차만별이니 어떤 한 개 방법만이 좋다고 볼 수가 없다. 따라서 책은 우리 아이의 사회성 성향을 알아보기 위한 매우 간단한 지표를 소개한다.
1. 자기중심↑, 자기표현↑
: 자신의 감정이 우선이고, 자기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유형
→ 전형적인 똑부러지는 학급 임원 성향. 자기의 기분과 욕구가 우선이라 자칫 규율을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 “오늘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와. 기본 규칙을 잘 지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야.”라고 분명하게 알려준다.
2. 자기중심↑, 자기표현↓
: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표현은 잘 못하는 유형
→ 표현을 잘하지 않아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자기 자신만 꼭 끌어안고 있는 섬 같은 유형. “오늘은 꼭 친구에게 ‘하지 마.’라는 말을 한 번 하고 와.”, “오늘은 쉬는 시간에 친구에게 공기놀이 같이하자고 말해 봐.”와 같은 말을 연습시킨다.
3. 자기중심↓, 자기표현↑
: 자신보다는 타인을 생각하지만, 자기표현은 분명하게 잘하는 유형
→ 배려와 양보를 잘하면서도 자기표현은 분명하게 하는 아이들로, 또래 관계에서 문제가 없는 훌륭한 아이들입니다. 다만 원치 않는 갈등에 휘말릴 수도 있어 친구들과 놀면서도 판단과 분별을 잘하여, 바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
4. 자기중심↓, 자기표현↓
: 자신보다는 타인을 고려하고, 자기표현을 어려워하는 유형
→자칫 친구 서열에서 뒤처지고 이용당할 수 있는 성향이다. “나는 이 놀이 하기 싫은데. 다음 놀이는 내가 원하는 걸로 하면 어때?”, “네가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안 좋아.”와 같은 말을 수시로 연습시키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