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매년 한 발씩, 대안적 예술생태계를 위한 이정표 제시
이번에 발간되는 단행본 『바깥으로 한 발』은 향후 ‘열 발’까지 이어질 시리즈의 창간 예비호 성격의 첫 권으로, 시장 중심의 예술생태계를 넘어선 대안적 예술 활동의 가능성을 탐색적으로 살펴본다. 여기서 ‘한 발’은, 걸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장전된 총알을 의미하기도 한다. 김태만 시장밖예술프로젝트 집행위원장의 발간사를 시작으로 총 14명의 필진이 참여하였고 3부에 걸쳐 ‘시장밖예술’의 의미와 실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 그리고 아시아 예술계의 새로운 전망을 담았다.
먼저 1부에서는 시장밖예술에 관한 총론 격의 글들을 선보인다. 2019년 이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미술평론가이자 현재 광주시립미술관장으로 재직 중인 김준기 선생의 글을 맨 앞에 실었다. 또, 오랜 시간 자본과 노동, 산업의 관계를 사회학적으로 성찰해 온 사회학자 이성철 교수의 시론과 문화운동가이자 뛰어난 이론가인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의 글, 미술비평가이자 철학박사인 김종기 선생의 21세기 컨템포러리 아트에 관한 글까지 모두 4편의 글을 담았다.
2부는 현재 우리 예술계 안팎의 풍경들을 몇 개의 장르별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부산의 연극 운동 1세대이자 연극계 원로인 이성규 부두연극단 대표는 연극을 중심으로 예술 환경에 대해 느낀 소회들과 함께 다양한 제언을 보내주셨고, 안무가 허유미는 현대무용과 한국 춤의 한 경향을 안무가 황수현의 작품에 대한 정성스러운 해설을 통해 드러내 보이면서 현대무용이 어렵고 난해하다는 게으른 편견을 수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하필름스 이하영 대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영화시장 30년을 산업의 관점에서 돌아보며 영화계 내부에 도사리는 힘의 불균형을 시원하게 짚어주었고 커뮤니티시네마 운동을 오랫동안 진행해 온 모두를 위한 극장협동조합 김남훈 이사장은 영화의 보편적 가치가 어떻게 커뮤니티시네마라는 운동을 통해 확산할 수 있는지 알려주었으며, 이 커뮤니티시네마를 부산 지역에서 오랫동안 실천해 온 모퉁이극장 김현수 대표는 솔직하고도 담담한 글을 통해 한 번 더 응원하는 일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마지막으로 3부는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국내외 여러 시도에 대한 기록이다. 이광석 교수는 급변하는 사회 조건 속에서 비상사태를 맞이한 동시대 예술의 출구 중 하나로 공생, 개방, 협력을 특징으로 하는 창작자들의 상호 호혜적 결사체 ‘커먼스’를 제시한다. 문화연구자 켄이치로 에가미(Kenichiro Egami)는 지난 20년 동안 ‘자율’, ‘상호부조’, ‘반(反)소비’ 등의 원칙에 따라 자본주의와 지배적인 사회 질서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온 동아시아의 문화 활동과 사회 운동의 공통점을 자신이 기획자로 참여한 올해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의 사례를 토대로 보여주고, 홍콩의 예술가이자 큐레이터 FC는 2014년 우산 혁명 이후 10년 사이 홍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그 패러다임 전환 이후의 홍콩 문화 정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알려준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미술기획자이자 올해 부산비엔날레의 협력큐레이터로 활동한 박수지는 군부 독재부터 민주화 쟁취를 위한 투쟁까지 격동의 시기를 공통으로 경험하고 거쳐온 동아시아의 1970-80년대생 미술가들을 통해 현재진행 중인 시스템과 예술의 긴장 관계를 드러내 보이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소설가 김남일은 지금의 우리가 시장밖예술을 상상하고 또 그것을 중심으로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의 의미를 문학적으로 성찰했다.
앞으로도 시장밖예술프로젝트는 한국과 아시아의 의미 있는 예술 활동 사례들을 폭넓게 기록하고, 인터뷰와 취재 및 답사 등을 통해 더욱 풍성한 내용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매년 한 권씩 발간되는 시리즈를 통해 대안적 예술생태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