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Ⅰ부(제1장~제4장)는 지역 연구, 제Ⅱ부(제5장~제9장)는 과학기술, 제Ⅲ부(제10장~제13장)는 저널리즘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각각 일본, 중국, 대만, 한국, 미국, 그리고 영연방 국가들의 상호 연관된 사례 연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각 부의 마지막에는 해당 분야에서 독창적이거나 최신 연구 동향을 다룬 칼럼(Key Note)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일본, 미국, 중국, 한국, 대만의 연구자들이 지역을 초월한 공동 연구를 통해, 냉전 초기 동아시아의 상황을 넓은 시야로 종합적이고 비교적인 시각에서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특징은 지역 연구, 과학기술, 저널리즘이라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지(知)’의 분야를 다루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정부 부처, 그리고 각 분야의 출발점이 다른 영역에서 미국과 동아시아 사이의 상호 관계를 비교 검토한 점이다. 이러한 구성으로 이 책은 기존의 냉전사나 문화냉전 연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아시아에서는 냉전이 종식된 적이 없다. 20세기에는 ‘뜨거운’ 냉전이 정치에서부터 문화의 영역에서까지 진행되었으며, 21세기 이후에도 변화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문화)냉전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다섯 개 나라 연구자들이 협력해 동아시아에서 지식체계의 형성, 변형, 굴절을 치밀하게 분석한 『문화냉전과 知의 전개』는 냉전 시기 동아시아 지역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앞으로 이 지역에서 펼쳐질 관계를 다른 방식으로 상상하는 데 기여할 저작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_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학생부원장 박지환
현대 한국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동아시아 지역의 폭넓은 맥락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한 가지 해법은 국제적 연구 협력이다. 이 책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미국의 연구자들이 모여 20세기 중후반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냉전 질서 하에서 지역학, 과학기술, 저널리즘의 전문 지식이 생산, 유통되는 과정을 살폈다. 미국의 정보기관과 재단들, 동아시아 각국의 정부, 전문가 집단들 사이의 중층적 상호 작용과 그 문화적 효과가 다채롭게 분석된다. 독자들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특징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이 동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주제의 흥미로운 변주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_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한국과학사학회장 임종태
지식 질서를 국제정치적으로 본다면 어떤 이야기가 가능할까. 현실주의자에 가깝다면 지식 질서의 강자가 약자를 효과적으로 지배하는가에 관심을 둘 것이다. 자유주의자나 구성주의자에 가깝다면 지식을 매개로 어떻게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동화되고 사회화되는지에 방점을 찍을 것이다. 『문화냉전과 知의 전개』는 냉전기 동아시아라는 시공간에서 벌어진 지식의 국제정치를 생생하게 재구성한다. 현실에서 전개된 지식 질서의 지배와 동화, 사회화의 양상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지배와 피지배의 경계는 늘 애매했고, 지식의 이름으로 피조물이 창조주를 넘어설 가능성이 상존했다. 문화냉전 중 특히 ‘지식냉전’이 더 흥미진진한 이유이다.
_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전공 옥창준
이 책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미국의 다섯 개 나라 15명의 연구자가 함께 연구한 성과를, 일본어(교토대학학술출판회, 京都大学学術出版会), 영어(인디애나대학 출판부, University of Indiana Press), 중국어(마이텐출판사, 麦田出版, Rye Field Publiching Co), 그리고 이번에 한국어로 출간한 것으로 전례 없는 대규모 국제 공동 연구이다.
이 책의 주제인 ‘지(知)의 구축’이 동아시아의 분단국가에서 매우 중대하기 때문이다. 공간적 분단은 학술자원이나 학술 커뮤니티, 그리고 연구 교육기관의 분단을 수반하며, 지(知)의 구축은 자국의 정당성과 권위를 입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했다. 또 분단국가에서 지(知)의 생산은 항상 무력 충돌의 위협 아래에서 이루어졌으며, 자신의 존재 의의를 건 투쟁의 장이 되었다. 따라서 이 책에 한국의 냉전기 지(知)의 구축에 관한 사례 연구들이 포함된 것은 그 의미를 더욱 높여준다. 한국 사례를 다른 지역의 사례 연구와 비교하고 상대화함으로써, 더욱 새롭고 발전적인 연구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