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따옴)
# 1
2024년에 둘째 수필집 『온기 머금은 바람이 되어』를 발간한 박영애 수필가는 1997년에 《문학세계》 신인상을 수상하여 수필가로 등단하였고, 현재 대전광역시 ‘동구문학회’ 회장을 맡아 봉사하는 분입니다. 2006년에 1수필집 『아내의 책상』을 발간할 때에도 ‘뜨락문학회’ 회장으로 봉사하였으니, 문학단체를 맡아 봉사하는 자세가 익숙한 분입니다.
그는 첫 수필집 서문 ‘지은이의 말’에서 수필가가 되어 오랫동안 글을 쓰게 될 줄을 몰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삶 속에서 느낀 감동과 행복, 그리움 등 자잘한 일상을 수필에 담아내고 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마음에 작은 정원을 하나 가꾸고 있다는 생각으로 수필을 빚다 보니 2수필집 발간에 이른 것 같습니다. 특히 수필 창작의 바탕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정서적 울림’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2수필집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2
박영애 수필가는 추억의 샘터에서 맑은 물을 길어 수필을 빚습니다. 좋은 샘터는 맑은 물이 끊이지 않듯이, 추억도 찾아낼수록 풍성해지기 때문에, 수필의 소재 또한 다양하게 마련입니다. 그에게 〈추억은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마음의 안식처〉라고 말합니다. 또한 그의 추억은 〈현재의 삶이 비록 남루할지라도 지난 시절의 추억은 모두 황금처럼 소중하고〉 빛이 나는 그리움으로 인식합니다. 수필가로서의 그는 등단할 때의 추억 또한 그의 내면에 깃들여 있을 터이매, 초심(初心)을 잊지 않고 작품 창작에 나서리라 다짐하는 계기가 됩니다.
〈1997년에 문단에 등단을 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문학활동을 하고 있다. 30대 초반, 나의 작은 시도가 나의 문학적인 삶에 마중물이 되었다. 지금도 어머니께서 맞춰 주신 투피스를 입고 백일장 시상식에 갔던 일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내 소중한 추억의 한 시점을 같이 했던 투피스는 아직도 옷장에 걸려있다. 허리가 굵어져 맞지 않지만 내 소중한 순간을 빛내 주었던 그 투피스는 나의 애장품 1호로 버릴 수가 없다. 요즘도 가끔씩 글쓰기에 대한 마음이 느슨해질 때면 그 투피스를 꺼내보며 초심을 잃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세월이 흘러도 추억은 늙지 않는다」 일부
#3
수필은 ‘무엇을 담을 것이냐’에 해당하는 주제 혹은 제재(題材)가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일상의 수필에서는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정서적 감동에 더 가까이 닿아 있습니다. 철학을 잘 담아낸 글에서 머리를 끄덕이며 긍정하게 마련이지만, 표현의 멋과 맛을 살린 작품에서 가슴 떨리는 감동을 공유할 터입니다. 박영애 수필가의 작품 「온기 머금은 바람이 되어」의 서두를 읽으며, ’삶의 지혜‘와 ’표현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기에 이릅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봄 햇살이 가득하다. 따스한 햇살이 아껴두었던 보석처럼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 해의 봄을 맞았다. 계절은 어김없이 같은 모습으로 찾아오는데 우리의 일상은 매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살다 보면 생각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 때론 기쁜 일로 세상을 다 얻은 듯하고, 때론 눈물에 젖어 마음 둘 곳 없이 바다 한가운데서 풍랑을 만난 배처럼 흔들리게 된다.〉
-「온기 머금은 바람이 되어」 일부
#4
박영애 수필가는 ‘추억과 일상’에서의 ‘작은 모서리’들을 찾아내어 진솔한 생각과 느낌을 작품으로 빚어냅니다. 때로는 평범한 소재를 일상적 언어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의 진심이 담긴 작품들에서는 특출한 지성과 감성으로 ‘언어의 보석’을 가공(加工)합니다. 간단한 글에 놀랄 만한 착상을 결합하여 이룬 문장이나 글인데, 우리는 이를 ‘잠언(箴言)’이라 일컫습니다. 작품을 독서하며 찾아보기로 합니다.
수필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에서, 작가는 핀란드 헹싱키가 배경인 영화 ‘카모메 식당’을 감상하며 ‘놀라운 문장’을 찾아냅니다. 〈상처란 바람과 같아서 처음에는 작은 상처에도 아파하지만, 나중에는 웬만큼 큰 아픔에도 초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바람도 처음 불어오는 바람에는 추위를 느끼지만, 나중에는 더 세게 부는 바람에도 견딜 만하게 익숙해진다는 것입니다. 상처 역시 잘만 관리하면, 상처를 입기 전보다 더 견고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아내어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을 위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