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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유통기한이 없다

가난은 유통기한이 없다

  • 한종훈
  • |
  • 시와에세이
  • |
  • 2024-11-25 출간
  • |
  • 120페이지
  • |
  • 127 X 206mm
  • |
  • ISBN 979119191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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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사회적 불평등과 가난의 시대 길을 찾는 청춘의 시편


한종훈 시인의 첫 시집 『가난은 유통기한이 없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가난이라는 문제의 지속성과 그로 인한 고통의 무한성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유통기한이 없다’는 단언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가 지닐 수밖에 없는 숙명처럼 다가온다. 한종훈 시인은 가난은 저절로 사라지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해소되지 않는, 오히려 개인과 사회가 지속적으로 직면하고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임을 시편들을 통해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박스 안에 누군가 몰래 넣은 감자가 있는 걸/알기나 하는 듯이/손수레에 산처럼 높이 쌓은 종이 박스를 싣고 가는/노인의 발걸음은 가볍다//경찰이 제지하며 벌금을 내라는데/가난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엄마와 아들의 희망은/휴전선 너머 볕 잘 드는 남쪽에 있었다//그저 배만 채우면 된다/두 목숨을 걸었는데/배 속에 곰팡이가 피었다//가난은 유통기한이 길지만 여는 순간 상한다//간단한 심부름 값 20만 원,/보이스피싱 전달책 인턴으로 취직하고/하루살이 청년 생기가 돌았다/눈덩이처럼 커진 합의금 앞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난은 캄캄한 이자가 달라붙는다//서로가 서로에게 산타라는/비정규직 신랑 신부의 결혼식장에서 읽은 기사//캐럴 소리까지 담은 뽀얀 봉투를 건네고/배불리 먹은 뷔페에도 허기가 진다//가난은 어느 누구에게도 선물이 아니다
-「12월 25일 맑음」 전문

한종훈 시인은 가난이 남의 말을 믿지 않고, 벗어나기 힘들지만 뚜껑을 열면 상해버린다는 걸 안다. 또한 가난은 벗어나기 힘들어 한 번 가난해지면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더욱 심화되어 그 가난이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는 걸 그는 안다. 그래서 가난은 불편한 진실이며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고통이다. 이 가난 때문에 사람은 비루해지고 결혼도 하지 못하고 때로는 죽기도 한다. “눈덩이처럼 커진 합의금”이나 “캄캄한 이자가 달라붙는” 가난이 감당할 수 없는 짐으로 커져만 간다. 가난은 일상의 굽이에서뿐만 아니라 ‘어린이날’, ‘12월 25일 크리스마스’, ‘결혼식’, ‘장례식’과 같은 시간에 더욱 비참하게 드러난다. 곧 “가난은 어느 누구에게도 선물이 아니다”.

형은 폭염을 가로지르며 바퀴를 굴렸다//아, 죄송합니다/음료를 쏟았습니다//방지턱을 넘을 때/쏟아지는 얼음 소리가/철렁,/형의 마음도 흘러내렸을 것이다//고개 숙이며 헬멧을 벗자/땀이 흘러내렸을 것이다//쏟은 음료 대신/커피 한 잔을 더 만들었다/형이 계산한다는 쪽지와 함께//그리고//지역 신문에 실린/음주 차량에 치어 사망한/이름 석 자//여전히/길 어딘가에서/형은 바퀴를 굴리고 있을 것이다
-「배달의 민족」 전문

이 시는 배달 노동자의 삶과 그 속에 감춰진 고단함, 그리고 사회적 비극을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다. 청춘에게 가난은 더욱 무겁다. “방지턱을 넘을 때/쏟아지는 얼음 소리”는 단순히 음료가 쏟아진 상황을 넘어, 배달 노동자가 겪는 어려움과 그의 불안정한 일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가 “헬멧을 벗”으며 흘리는 땀방울은 육체적 피로뿐만 아니라 그의 희생과 고통이다. 또한, “형이 계산한다는 쪽지”는 힘든 현실에서도 노동자들이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지탱하며 살아가는 작은 배려와 동료애의 모습을 보여준다. 형의 죽음 이후에도 “형은 바퀴를 굴리고 있을 것이”라는 구절을 통해 단순히 개인의 사망을 넘어서 배달 노동자들이 여전히 반복되는 위험 속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을 암시한다. 특히 “지역 신문에 실린” 그의 “이름 석 자”는 노동자의 익명성과 사회적 무관심을 의미하며, 이러한 비극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 준다.

어린이날에 데리러 온다고/인형 하나 쥐여주고/돈 벌러 떠난 엄마
-「연이」 부분

맨발의 사막 아이가/구김살 하나 없는 하늘/땡볕 아래/구정물 한 통 머리에 이고 있다
-「스티커를 붙여주세요」 부분

물질적 풍요와 자본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여기 가난이 주는 고통에는 위안도, 구원도 없다. 그러므로 사람의 삶이 가난의 ‘생애 주기’에 따라 더욱 비참해진다는 말은 지나치지 않다. 가정형편으로 보육원에 맡겨진 연이는 어린이날만 오면 “담벼락을 붙잡고/엄마 얼굴 한번 보고 싶어/진땀을 흘”린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가 처한 현실은 “구김살 하나 없는 하늘/땡볕 아래/구정물 한 통 머리에 이고 있”(「스티커를 붙여주세요」)는 “맨발의 사막 아이”에게도 연결되어 있다. ‘구김살 없는’ 삶을 기대하지만 그럴 수 없는 어린아이들이 놓인 처지는 참으로 슬프고 먹먹하다.
이렇게 시인은 아이부터 청년, 장년, 노인의 죽음이 단순히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빈곤과 사회적 연대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임을 일관되게 그리고 있다. 이 세상에 와서 ‘주민등록증을 두 손 포개어 합장하듯 쥔’ 채 생을 마감하는 한 존재의 시 「고독한 죽음」은 낯설거나 새로운 사회 현상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 가까운 곳에서 ‘하얀 유서’를 보게 된다. 시인은 악플과 루머, “양심은 사라지고 앙심만”(「저녁 뉴스」) 남은 사건들을 통해 인간관계의 단절과 무관심 속에서 이들이 겪는 비극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구불구불한 길/벼랑 끝에서 절을 올린다//괜찮다고, 고생 많았다고 토닥이는/관음의 묵언//춥고 아플 때마다/어머니 말씀 두 손 모아 듣는다//괜찮아, 니 마음 가는 데가 길이야//꽃 한 송이 올린다
-「정취암」 부분

불빛이 간간이 들어오는/자동차 밑//울어대던 고양이들/이내 잠잠하다 싶었는데//어미가 새끼의 몸을 촉촉하게 핥고 있다/턱을 핥고 눈을 핥고/뱃구레부터 생식기까지//코가 막혀 울어대던 어린 아들의 콧물을/입으로 쭉 빨아냈던 아버지
-「고양이 부자」 부분

아픈 청춘이 사회로 진출하지 못하고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할 때 마음의 의지처는 가족과 자연이다. 화자는 “벼랑 끝에서 절을 올”리는 행위를 통해 삶의 불안과 고통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정화하고자 한다. “괜찮다고, 고생 많았다고 토닥이는/관음의 묵언”은 소리 없이 건너오는 위로이며 “춥고 아플 때마다” ‘두 손 모아 듣는 어머니 말씀’은 화자의 삶을 버티게 하는 내면의 목소리이다. “괜찮아, 니 마음 가는 데가 길이야”라는 어머니는 화자가 자신의 길을 찾는 데 중요한 깨달음을 준다.
가족은 경쟁사회와는 다르게 인간의 원초적인 관계로 이루어진다. 시 「고양이 부자」에서 어미가 울어대던 새끼의 “턱을 핥고 생채기를 핥”는 것과 “코가 막혀 울어대던 어린 아들의 콧물을/입으로 쭉 빨아냈던 아버지”가 동질적으로 배치되는데 시인은 가족의 내적 믿음과 자연의 위로를 통해 “기지개 켜듯 젖은 몸을 쭉 뻗으며”(「가을비」) 마음의 길을 찾는 여정이 곡진하다. “흰 구름을 휘저으며/하늘에 그림을 그”(「샛별 오름」)리는 새처럼 스스로의 길을 찾는 용기를 보여준다.
시집 『가난은 유통기한이 없다』는 사회를 읽는 거울이 되어 사회적 불평등과 타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되돌아보게 한다. 시인 한종훈은 가난의 시대와 그 무게를 포착한 윤리적 담지자이다. 희망을 놓지 않는 그가 있어 퍽 다행이다.


한종훈 시인의 첫 시집 『가난은 유통기한이 없다』를 무릎을 탁 탁 치며 읽었다. 요즘 해독 불가의 시들을 읽다 보면 자괴감과 함께 우지끈 머리부터 아프다. 그런데 젊은 시인의 시가 이토록 명징하고 담백하다니! 도살장의 누렁이 소, 아직 송아지를 낳아본 적이 없는 “미경산우”와 “비혼을 선언한” 친구의 대비는 우리 시대 청년들의 처절한 자화상이 아닌가. 그뿐 아니라 입춘이 다가와도 울음 그친 신생아실과 북적대는 장례식장, 그리고 폐업한 유치원에는 “노인 유치원생들이/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현실을 직시한다. 기후 위기에 처한 지구에 겨우 살아남은 지구인들의 대성통곡이 아닐 수 없다. 시 창작의 내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어설픈 수사학을 함부로 동원하지 않고, 어깨에 힘을 빼고 쓰니 오히려 미학의 에너지가 더 깊고 넓게 풍긴다. 한종훈 시인의 행보가 미덥다._이원규(시인)

한종훈 시인은 코로나로 가중된 피로사회에서 청춘의 덫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청춘의 현실을 서정적으로 드러낸다. 우리 시대 청춘은 경쟁으로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변두리로 밀려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알바로 근근이 살아가면서,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하고 고시원, 도서관을 전전하면서 지낸다. 그러나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그는 불안한 위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자연에 기대어 심호흡한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의 현주소를 낱낱이 추적하며 자신이 서 있는 시공간을 들여다봄으로써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인하고 소비사회 속에서 버려지고 낙오하는 현실을 직시한다. 한종훈 시인에게 시는 정서적 구원이며 “컹컹, 깨지고 부서진 울음”이기도 하고, “툭 툭 터져 나”오는 통증이며 생채기를 핥는 치유다. 타락한 종교가 하지 못한 정서적인 구원을 시인은 시를 통해 그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_전기철(시인)

목차

제1부
에스컬레이터·11
비혼·12
연이·14
악플·16
잠 좀 자게 해주세요·18
3월 진눈깨비·20
고물상·22
고독한 죽음·24
입춘·25
저녁 뉴스·26
12월 25일 맑음·28
비상(非常)·30
어느 유품정리사의 방문 일지·32

제2부
새벽 배송·37
배달의 민족·38
스티커를 붙여주세요·40
도서관에는 계절이 없다·42
코로나19가 새치기했다·44
통증·46
다른 울음·48
컵라면이 불었다·49
완행열차·50
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새 본다·52
상주역·54
가을비·56

제3부
내 집 마련·61
누수·62
연민·64
장미·66
향연·67
샛별 오름·68
유수암 상동 정류장·70
두고 오다·72
선배님·74
정취암·75
작명소 앞을 지나며·76
객실·78

제4부
닳은 것들·81
고양이 부자·82
유전(遺傳)·84
달걀 한 판·86
아버지의 은행·88
구멍 난 문장·90
비 오는 날·91
자전거 타는 법·92
추석·94
보은·96
삼우제·98
할아버지 제사·100
강아지풀·101

해설|김정숙·103
시인의 말·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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