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서는 구약성경이 그리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기를 이룬다. 사사 시대에 이어 느슨한 지파 연맹 체제에 있던 이스라엘 백성의 왕정이 시작되는 데서 시작하여 그 왕정이 안정되기까지 복잡다단하고 치열한 역사의 현장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준다. 그러니까 사무엘서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왕정 체제로 나아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며, 그 가운데서 하나님께서는 왕정 체제로 바뀌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하여 무엇을 바라시는지를 드러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사무엘서는 상하 두 권, 곧 상권 31장, 하권 24장으로 나뉘어 있다. 이 사무엘서 전체를 이 책에서 주석한다. 이를 위해 먼저 사무엘서 전체 본문을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우리말로 번역하고, 그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주요 본문은 본문비평을 거쳐서 새롭게 판단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사무엘서의 마소라 본문은 전승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쿰란 본문과 칠십인역 본문 등에서 마소라 본문만큼, 또는 더러는 그보다 더 가치 있는 본문 전통이 남아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소라 본문의 전통이 전반적으로 신뢰할 만하기는 하더라도, 개별 본문의 좀 더 정확한 역사 재구성을 위해서는 다른 본문 증거들과 면밀하게 비교하여 본문비평을 해야 한다.
사무엘서의 내용을 잘 파악하려면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주목해야 한다. 곧 마지막 사사였던 사무엘이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는지, 또 첫 임금이었던 사울은 어떤 모습이었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리고 다윗을 통한 통일왕국 건설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이다. 그래서 이 책의 본문 주석에서는 그 관점에서 “한계를 가진 인간과 무한한 하나님의 일하심”에 초점을 맞추고, 사무엘서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무엇보다 엘리와 사무엘, 사무엘과 이스라엘, 사울과 다윗, 다윗과 요압, 그밖의 등장인물들 등의 정치적이고 종교적이며, 사회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그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물론 이것은 이른바 “신명기계 역사가”의 의도였다고 해도 된다. 어쨌거나 사무엘서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 가운데서도 묵묵히 선택하신 백성 이스라엘의 역사를 한 걸음씩 이끄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 책에서도 그것을 본문의 메시지로 끌어낸다. 결국 이 책에서는 사무엘서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갈등과 대립, 해소 등의 과정을 본문 주석을 통해 해설하면서, 분별과 초월과 순종과 겸손의 신앙적 주제를 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