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25살에 우울증을 처음 진단받고 5년 후 30살, 두 번째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20대의 절반 이상을 우울증과 보내왔고 앞으로도 한참 더 우울증과의 동거를 이어가야 하지만, 여전히 정신질환과 함께 '잘 사는 것'이 서툰 30대다.
ㅤ
책과 문구류, 옷, 온갖 쓸데없는 잡동사니로 어지러운 방을 문득 둘러보니 모두 다 우울증의 흔적임을 깨닫는다. 열등감과 욕망을 소비로 푼 채 한 번도 정리를 하지 않았다. 갖가지 물건들로 쌓인 얼룩덜룩한 방은 아직 청산하지 못한 우울증 영수증으로 가득하다. 서른과 함께 두 번째 우울증을 맞이한 만큼, 이제는 방 정리와 함께 우울증 영수증 내역을 들춰보고 가계부에 정리할 차례임을 느낀다.
ㅤ
이 책은 우울증에 처음 걸린 작가의 20대의 '삽질'들과, 우울증 7년 차가 된 지금의 일상들을 엮어낸 일종의 우울증 영수증 내역이자 가계부다. 본문은 우울증을 이렇게 극복하면 됩니다!' 류의 교훈적인 가르침이나 우울증에서 자유로워진 이야기를 담지 않았다. 어쩌면 평생을 정신질환과 살아가야 하는 한 개인의 평범하기도, 이상하기도 한 삶의 방식과 단상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적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