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강과 하희의 스캔들이 담긴 「제풍」과 「진풍」,
쇠락과 멸망의 노래 「조풍」을 읽는다!
한문학자 우응순의 친절한 강의와 함께 읽는 『시경』 완독 시리즈 네번째 책! 『시경 강의 4』에서는 『시경』의 ‘국풍’ 중에서 「제풍」(齊風)과 「진풍」(陳風), 「조풍」(曹風)의 시 25편을 함께 읽는다. 이 세 개의 편은 각각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와 진나라, 조나라의 노래들을 모은 것들로 이 책에서는 시를 한 자 한 자 풀이하면서, 각 시에 담긴 당시의 정치상황이나 각 나라의 풍습, 백성들의 목소리를 살피고자 했다.
▶ 「제풍」, 강대국의 화려함과 문강의 스캔들
이 책에 가장 먼저 수록된 「제풍」은, 주나라 건국의 주역인 강태공이 봉해진 나라이며 훗날 제 환공에 의해 춘추오패 중 첫번째 패자가 된 강대국 제나라를 배경으로 한다. 「제풍」에 실린 시들은 이런 강대국의 위상에 맞게 화려함과 풍요로움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냥에 능한 멋지고 화려한 남자들이 등장하고, 잘 치장한 수레가 넓은 길을 내달리기도 하며, 행차를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등, 풍요로운 풍경이 「제풍」의 시들에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함의 이면에는 당시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스캔들이 감춰져 있다. 제나라 임금인 양공, 그리고 그 이복누이이자 노 환공의 부인인 문강과의 불륜이 그것인데, 「제풍」에는 이 사건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되는 시들이 다수 실려 있다. 저자는 『사기』와 『춘주좌전』의 기록들을 통해 제 양공과 문강, 노 환공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충실히 소개하는 한편으로, ‘시’를 통해 문강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또한 남기고 있다. 이복오빠와 사통하고 남편을 죽게 한 ‘희대의 요녀’라는 비난 속에서도 약소국 노나라와 어린 나이에 제후가 된 아들의 입지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애썼던 ‘여장부’로서의 문강을 ‘시’의 행간에서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건네고 있는 것이다.
▶ 「진풍」, 가로수길의 청춘남녀, 그리고 하희
진나라는 초대 제후의 부인이 무당과 하는 제사와 굿을 좋아하고 가무를 즐겨서 나라 전체에 무당의 굿이 풍속이 되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근거로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진풍」의 시들이다. 「진풍」에는 야외에서 모여 음악과 놀이를 즐기는 청춘남녀의 연애시가 많은데, 이런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굿이나 가무와 연결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진풍」의 시들 중에서 특히 〈주림〉(株林)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 당대의 국제질서를 뒤흔들었던 스캔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춘추좌전』의 기록을 상세히 인용하면서 시의 배경이 되는 스캔들의 전모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진(陳)의 군주였던 영공(靈公)이 두 신하와 함께 하희와 더불어 사통을 하다가 결국 하희의 아들인 하징서에게 시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결국 진나라는 초나라에 의해 점령을 당하고 식민지와 같은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이렇게 역사기록을 살피고 시를 해석하면서 저자는 〈주림〉에서 정작 하희의 목소리가 지워져 있다는 점에 눈길을 둔다. 여러 번 남편을 잃고 아들마저 거열형을 당한 불행한 여인. 그 고통과 고뇌가 시와 역사 어디에도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조풍」, 아둔한 군주와 간신들에 대한 풍자
『시경 강의 4』의 마지막 편은 조나라의 노래들을 모은 「조풍」이다. 조나라는 주 무왕의 동생인 희진탁(姬振鐸)에게 봉해진 나라로 주나라의 질서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종친의 나라로 대우를 받았지만, 춘추전국시대가 되면서 약소국으로 전락했다. 「조풍」에는 이렇게 약소국으로 전락한 뒤에도 어리석은 군주와 간신배들이 횡행하면서 나라가 멸망으로 치닫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시들이 실려 있는데, 저자는 『춘추좌전』 등 여러 역사적 자료들과 함께 조나라의 시들을 읽으면서, 어떻게 조나라가 망해 갔는지, 그리고 시에서는 어리석은 군주와 간신배들을 어떻게 풍자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면서, 시들을 더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