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한국인에게 영어는 평생을 배워도 좀처럼 자신감이 붙지 않는 콤플렉스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한국인의 영어 콤플렉스마저 정복될지 모른다. 단, 기술을 활용하는 자만이 그러한 해방을 누릴 수 있다. 이 책은 자신이 쓴 책의 번역자를 섭외하다 어려움에 부딪친 저자가 우연히 알게 된 딥엘(DeepL)과 챗GPT, 두 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해 직접 책 한 권을 번역하며 쌓인 노하우를 정리한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것들의 노트’다.
퇴근 후 매일 밤, 10개월을 바쳐 완성한 번역본은 프로 번역가들 눈에도 썩 괜찮아 보이는 수준이다. 그 사이 인공지능과 저자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영어 작문서, 인공지능 분야의 자기계발서, 번역의 현재와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대한 쟁점을 던지는 인문사회서. 이 책에서 공개된 내용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공개되거나 정리된 적 없는 인공지능시대 영어 작문의 기술이자 챗GPT와 협업하기 위한 최소한의 상식이다.
■ 살아 있는 지식
영어 작문의 핵심을 알려주는 책은 많다. 그러나 인공지능 시대의 영어 작문 기술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다. 영어 작문 시장에 인공지능 책은 없고, 인공지능 시장에 영어 작문서는 없다. 두 세계를 직접 관통해 본 사람이 없거나, 있다 한들 그 정보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영어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능력을 줄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이자 생생한 체험기다.
■ 좋은 질문을 가르쳐드립니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변을 이끌어 낸다. 인공지능 활용의 관건은 프롬프트(prompt)에 있다. 유망 직종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손꼽힐 만큼 ‘프롬프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책의 핵심도 ‘내가 원하는 영어 문장을 만들기 위해 챗GPT에게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준다는 데에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보석 같은 질문들과 구체적인 예시들은 누구라도 쉽게 따라 해 보고 학습해 볼 수 있도록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 준다.
■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
아무리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라도 직접 그 효과를 눈으로 보기 전에는 내 것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번역하는 과정을 정리한 정보뿐만 아니라 칼럼, 논픽션, 소설, 에세이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다양한 형식의 글을 어떻게 번역할 수 있는지 직접 그 예를 보여 준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감탄이 나오는가 하면,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 같은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 속에서 독자들은 인공지능의 장점과 단점을 간파할 수 있다.
■ 진지한 제언과 유쾌한 전개
번역과 관련해 전 세계 출판 분야에서는 어떤 의견과 쟁점들이 있을까. 이 책은 인공지능 활용서이자 작문서인 동시에 기술과 진화를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할지, 다양한 관점을 중개하며 자신의 시각을 가지도록 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적인 인사이트를 담고 있다. 한편 번역의 대중화가 가져올 수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대한 제언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 작품을 번역하는 지난한 과정의 일부를 혁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함께 한 권의 책을 번역하는 과정을 담은 체험기 『나의 영어 해방 일지』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런 다양한 지식을 유머러스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안내를 따르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 있는 이 책은 따분한 참고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자기계발서이자 유쾌한 에세이이며, 세상의 변화를 체감하기 위해 읽어야 할 트렌드 2024-2025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