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경, 강남역과 신사역 지하 역사에 성형외과 광고물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한 개원가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본격화되었습니다. 그 무렵 네트워크 병원이 태동했고, 병원 소개 플랫폼들이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치료 전후 사진 광고의 허용 범위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참고할 판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의료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은 넘쳐났고,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보건소 담당자와 긴 시간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일부 궁금증은 해결되었지만, 그동안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질문이 뒤따르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과 질의응답은 모두 비공개 상태이며, 관련 가이드라인이 몇 개 공개되었지만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실손의료보험과 보험사기 문제가 개원가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고, 네트워크 병원의 사업 구조는 MSO의 등장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함께 만든 법인이 투자를 받고, 플랫폼들은 환자와 병원을 중개하면서도 광고비라는 명목으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금 방식에 따라 합법과 불법이 갈리기도 합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불법이고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것일까요? 저는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연구하고, 관련 사건을 수임하여 판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저자의 서문 중에서 -
저자 오승준 변호사는 정글과도 같은 의료 시장에서 의료법과 사투를 벌이는 개원의의 애환을 보고 듣는다.
개원의는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물론, 직원, 관할 보건소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각종 보험회사, 그리고 그의 빈틈을 노리는 경쟁 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틈바구니에서 법을 어기지 않고 무사히 병원을 운영해 내야 하는데,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워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다양한 법리가 개원의를 옭아맨다.
개원의들이 바쁘게 병원을 운영하다 보면 ‘이런 것까지?’ 싶어 법을 어기는 줄도 모르고 대수롭지 않게 규칙을 어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소한 일이 때로는 어이없게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또는 의료법 위반죄에 해당하여 ‘형사처벌’ 또는 ‘자격정지처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눈치조차 못 챌 정도로 사소한 원칙 위반이 피할 수 없는 칼날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의사가 간과하고 있다. 그렇기에 의료 지식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능력은 물론 중요하지만, 한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으로서는 의료법을 명료히 알고 나의 상황에 맞추어 활용할 줄 아는 지식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너무나 엄격한 의료법과 치열한 의료 시장에서는 아무리 진료를 잘한다고 해도 까딱하는 순간 ‘범법자’의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 『변호사가 병원을 말하다』는 의사는 물론,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양한 의료인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사례들을 담고 있다. 오랜 시간 저자가 고민해 온 흔적과 그 결과물을 독자들과 공유하며, 의료 법률 시장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