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정신분석학의 고전, 라플랑슈·퐁탈리스의 『정신분석 사전』
20년 만에 임진수 박사의 개정 번역을 통해 재출간
ㆍ 2015년 완간된 프랑스어판 프로이트 전집의 서지 사항까지 담아낸,
현 시점, 세계에서 가장 완전한 〈프로이트 저작 연표〉 수록
ㆍ 300여 개의 주요 정신분석 용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프-한, 독-한, 영-한 〈어휘 대조표〉 수록
정신분석의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라플랑슈와 퐁탈리스의 『정신분석 사전』이, 정신분석가 임진수 박사의 새롭고 정확한 개정 번역으로 재출간되었다. 2005년 1월 한국어판 발행 후 국내 프로이트 및 정신분석 독자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어 온 이 책은 한동안 절판되어 독자의 아쉬움을 자아냈으나, 한국어판 초판 발행 후 거의 20년 만에 큰 폭의 개정 번역과 보완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선보이게 되었다.
이미 고전으로서 명성을 누리고 있는 라플랑슈와 퐁탈리스의 『정신분석 사전Vocabulaire de la psychanalyse』은 제임스 스트레이치의 〈영문 표준판 프로이트 전집〉 출간 이후 정신분석의 체계적 이해에 가장 크게 공헌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1992년 프랑스 『누벨 옵세르바퇴르』가 선정한 〈정신분석의 역사 50장면〉 중 하나). 한때 라캉의 제자였던 라플랑슈와 퐁탈리스는 학파적인 이해에 치우침 없이, 철저하고 정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프로이트 사고의 진화 과정과 그 내재적 논리를 명쾌하게 밝힘으로써, 이 책을 정신분석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헌 중 하나로 만들어 냈다.
이 사전은 정신분석의 개념적 도구가 된 용어들의 해명에 집중한다. 저자들의 세밀하고 깊이 있는 해설과 옮긴이의 사려 깊고 정통한 번역은, 프로이트 개념 특유의 독창성을 돌려줄 뿐 아니라, 그 개념들이 가진 모순까지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학문으로서의 정신분석의 기초를 확실히 다져 놓는다. 개정 번역을 통해 한층 새롭고 정확해진 이 사전은, 정신분석에 입문하려는 학생과 전문 연구자는 물론, 지적 호기심으로 충만한 모든 독자에게 필수 불가결한 참고서가 되어 줄 것이다.
20년 만에 훨씬 정확한 번역으로 다시 선보이는,
가장 폭넓고 완전한 정신분석·프로이트 개념 사전
프로이트가 연구하고 고안한 이래 후학들의 연구를 통해 점차 발전해 온 정신분석의 개념과 용어들. 그중 꽤 많은 용어가 오랜 세월 동안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번역어로써 한국에 소개되어, 정신분석 연구자들이 프로이트의 사상과 개념을 이해하는 데 불편을 겪은 일이 많았다. 『정신분석 사전』의 옮긴이 임진수 박사는 이번 개정 번역을 통해 초판의 일부 오역을 바로잡고, 정신분석의 개념과 용어를 보다 정확하게 다듬은 우리말 번역어들을 상당수 마련해 제시한다. 이를 통해 프로이트의 독창적인 어휘 뒤에 숨은 의미나 개념, 그리고 그 개념들의 조직을 더욱 깊이 성찰하고 숙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1994년부터 프랑스어와 정신분석에 조예가 깊은 여러 역자가 시도했지만 10년 가까이 성사되지 못했던 『정신분석 사전』의 한국어 번역. 공전을 거듭하며 발행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우려됐던 이 책의 번역 작업을 맡아 불과 2년 만에 완수해 낸 임진수 박사는, 이번 개정 번역 작업 역시 흔쾌히 수락하며 훨씬 오롯하고 풍성한 결과물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이번 개정 번역판에서는 특히 〈어휘 대조표〉를 새로 마련해 실었고, 초판에 실렸던 〈프로이트 저작 연표〉를 대폭 증보했다. 우선 권두에 실린 〈어휘 대조표〉는 약 300개에 달하는 주요 정신분석 용어의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어휘를 각각 한국어 번역어와 대조해 제시한다. 이를 통해 프로이트·정신분석 연구자들이 해외 원전을 참고할 때 좀 더 원활하게 탐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권말에 실린 〈프로이트 저작 연표〉는 프로이트가 쓴 방대한 저작들의 독일어 원본과 프랑스어, 영어, 한국어 번역의 제목 등 서지 정보를 거의 빠짐없이 담아냈다. 임진수 박사의 노력으로 구축된 이 귀한 자료는 2015년 프랑스어판 프로이트 전집 완간으로 대폭 보충된 프랑스어 번역물의 서지 정보들까지 포함함으로써, 기존 프로이트 저작 연표의 빈칸들을 거의 모두 채우게 되었다. 아울러 기존에 발표 연도순으로 배열했던 저작 연표를 집필 연도순으로 재배열함으로써, 프로이트의 사상이 형성되고 발전해 간 자취를 간접적으로 따라가 볼 수 있게 했다. 이는 프로이트가 천착한 개념과 이론의 초점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에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가히 현 시점에, 세계에서 가장 폭넓고 완전한 프로이트 저작 연표라 하겠다.
정신분석의 거대한 구조물-
이 사전은 일반적인 의미의 사전이 아니다
모든 학문이 자신들의 발견을 개념화하기 위한 용어를 요구하듯이, 새로운 연구와 치료를 위한 방법이자 심리 장치의 정상적이고 병리적인 작용에 대한 이론인 정신분석은 새로운 용어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공식화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일반 언어에는 심리 구조와 움직임을 가리킬 만한 단어가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용어의 사용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용어들의 대부분은 프로이트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 용어들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문헌들을 참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커다란 어려움이 있다. 프로이트의 언어를 외국어로 옮기는 언어의 문제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이다. 진짜 어려움은 프로이트의 용어가 다의적일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용어들이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신분석의 용어들을 정확하게 정의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문헌에 대한 참고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정신분석에 익숙한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프로이트 저작 전체에 흩어져 있는 용어들의 용법을 확인하고, 이를 서로 대조하여 공통의 정의를 밝혀야 할 뿐만 아니라 의미가 서로 충돌하는 모순적인 부분까지 지적해 내야 한다.
라플랑슈와 퐁탈리스는 바로 이 험난한 작업에 도전했다. 그리고 정신분석 문헌에 대한 참조와 기본 텍스트에 대한 성찰, 초고 작성, 기획의 재검토와 최종적인 수정에 무려 8년의 시간을 보내며 결국 이 작업을 완수해 냈다. 이들의 선구자적인 노력으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던 작업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 사전은 단순히 정신분석 용어를 정의하고 설명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사전이 아니다. 이 사전은 앙드레 랄랑드의 「전문적이고 비판적인 철학 용어 사전」을 모델로 하여, 우선 용어를 정의하고 그 개념이 나오게 된 배경에서부터 발전 과정에 이르는 용어의 역사를 개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용어의 정의도 단순한 정의가 아니라 명쾌한 프랑스어로 핵심적인 의미소를 정확히 지적해 보여 주고 있으며, 개념의 역사도 나열식의 연표를 넘어서, 구체적인 예문을 제시하면서 정교한 해석과 날카로운 비판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하여 때로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모순점을 찾아내고, 그것이 실제 분석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프로이트의 후학들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 밝힌다. 게다가 개념 하나하나가 단편적이고 단속적일 수 있는 사전의 위험성을 극복하고, 용어 간의 내적인 연관성을 놓치지 않고자, 용어와 용어를 서로 참조하게 하면서 그것들을 프로이트의 텍스트와 연결시킨다. 따라서 이 사전은 각 항목이 독립된 소논문의 모습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이 사전 자체로서 이미 〈정신분석〉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을 이루고 있다.
라캉의 제자였던 라플랑슈와 퐁탈리스,
학파를 넘어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초석을 세우다
현대 정신분석학의 역사를 말할 때 라캉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를 통해 정신분석학은 인문 과학의 주요 화두로 등장했고, 더 나아가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까지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라플랑슈와 퐁탈리스는 라캉의 제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물이었고, 그들의 저서는 영미권에서 라캉의 이름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에 라캉주의에 입각해 프로이트를 읽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라캉의 사상을 세계에 보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라캉의 편에서 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지 않았고, 프로이트 이론의 엄밀한 해석을 지향하면서, 교조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철저하고 정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정신분석의 초석을 마련하는 데 관심을 집중했다. 이 사전은 이처럼 라캉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서, 프로이트의 근본적인 사상으로 돌아가 정신분석의 초석을 다시 놓으려는 라플랑슈와 퐁탈리스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그들은 사랑, 꿈, 범죄, 초현실주의 등 정신분석이 공헌한 분야의 모든 것을 망라하려고 하지 않고 정신분석의 개념 장치, 즉 정신분석이 자신의 고유한 발견을 설명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가꾸어 온 일련의 개념 전체를 분석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이 사전은 정신분석이 설명하고자 한 모든 개념을 고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신분석의 설명에 사용된 용어들의 해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정신분석의 용어들에 대한 이들의 분석의 세밀함과 깊이는, 왜 이 사전이 정신분석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고전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웅변해 준다. 저자들은 프로이트의 창조적인 원래 개념들에 그 특유의 독창성을 돌려주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개념들이 가진 모순까지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학문으로서의 정신분석학의 기초를 확실하게 다져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