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이어진다,
하지만 농부는 바뀌고 있다.
도시를 벗어나면 어디를 가든 논밭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땅의 1/5은 농지입니다. 쌀은 자급을 합니다. 아직은 농가 인구가 200만 명입니다. 그래서 농업은 지금껏 크게 달라지지 않고 이어져 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스마트 농업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전기가 들어오는 방앗간이 농사를 바꾼 것에 견주면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농부는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는 부모의 농사를 물려받는 자식이더라도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몸에 익히지는 않습니다. 귀농인은 많이 늘지는 않았지만, 어느 시골을 가든 농사가 많은 곳이라면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이전까지 이어져 오던 농부가 되는 삶의 길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농부들입니다. 사람이 바뀌자 그들이 쓰는 농사 연장도 달라졌습니다. 농부는 줄어들지만, 새로운 농사 연장이 늘어나는 까닭입니다.
새로운 농부들이 스스로 만들고,
요구한 연장들
수동 논 제초기, 초소형 경운기, 씨뿌리개부터 생태 뒷간과 닭장까지. 새로운 농부들이 직접 만들거나 만들게끔 한 연장들이 해마다 새롭게 나옵니다. 아마존에서 호미Homi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우리 호미는 미국에서는 새로운 농사 연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스무 가지쯤 농사 연장이 나옵니다. 새로운 연장들은 새로운 농부들의 요구와 맞물려 있습니다. 근력이 약하고, 걸핏하면 허리가 아프고, 손놀림이 정교하지 못하기가 쉬운 농부들입니다. 허리가 아프지 않게 서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연장, 반쯤 자동화해서 혼자서도 일을 빨리 할 수 있는 연장, 손놀림을 정교하게 돕는 연장, 환경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연장. 이런 것들이 새로운 연장들의 특징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새로운 연장들은 흔히 "적정기술"이라고 불리는 기술과도 이어져 있습니다. 최첨단의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이미 있던 기술들을 필요에 맞게 다시 불러오고 꿰어 맞춥니다. 농기계 회사한테도 더 작은 것, 단순한 것을 만들도록 요구합니다. 도구와 사용자와 환경이 서로를 부추깁니다. 오랜 전통의 농업과 대규모 최첨단 농업 사이에서 새로운 농업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농부는 연장을 바꾸고,
연장은 농업과 생활을 바꾼다.
새로운 연장들이 줄줄이 나오면서, 작은 농사를 짓는 것이나 도시 텃밭을 가꾸는 일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단일 농산물을 대규모로 경작하는 데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런닝이나 근력 운동을 하는 만큼 몸을 놀리는 것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도시농업을 하는 인구도 200만 명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저자는 서울에서 살다가 2008년 시골로 삶터를 옮겼습니다. 지금껏 농사를 지으면서 10년 넘게 새로운 농사 연장들을 찾고 직접 써 왔습니다. 농사 연장이 마련되는 것에 맞춰서 시골에서의 삶도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닭을 키우고, 과일나무가 늘어나고, 더 여러가지 잡곡 농사도 가능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몸이 덜 힘들어졌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작은 농사 연장이 시골 살림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상추쌈, 가볍게 시리즈
: 식의주, 생태, 교육에 관한 이야기 타래를 풀어갈 작은 실마리들
기후 위기, 인공 지능, 지방 소멸, 민주주의 ... 우리는 바로 지금이 가장 격변의 시대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로 비롯되는 자연의 변화는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하루의 1/3은 잠을 자고, 끼니를 먹고, 일터를 오갑니다. 새로운 기술이 삶을 얼마나 바꾸는지는 하나씩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가볍게 시리즈는 그동안 식의주, 교육, 생태처럼 상추쌈이 그간 묵직하게 다루었던 이야기 타래를 가볍게 풀어갑니다. 실마리가 될 책들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간명하게 써 나갑니다. 조금 더 자주, 다양한 이야기로 독자들과 만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