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반려견 시점의 나라
독일에서 벌어지는 반려 생활 에세이
《오늘은 댕댕이》의 작가와 댕댕이 나리는 독일에 산다. 독일은 개를 시민으로 취급하여 반려견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엄격한 반려동물 정책을 펼치는 나라다. 독일에 사는 반려견은 대부분 반려견 학교인 훈데슐레에서 교육을 받고, 독일 곳곳에는 리드 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강아지숲이 있다. 장소마다 반려견과 동반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고, 산책 중 반려인이 반려견의 똥을 치우는지 확인하는 단속반도 있다. 그렇다면, 다 좋기만 할까? 정말 독일은 반려동물에게, 그리고 반려인들에게 이상적인 나라일까?
알고 보니 독일에는 반려견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 꽤 많고, 푸르른 잔디밭에는 나뒹구는 쓰레기와 개똥이 많다. 모든 게 다 있을 것 같은 대형 반려동물 용품점에도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반려견 옷이 없고, 수많은 반려견 중 내 반려견과 어울려 놀 친구 찾기는 쉽지 않다. 이렇듯 《오늘은 댕댕이》에는 작가가 반려견 나리를 키우며 접한 독일 반려동물 문화의 생생한 모습이 담겨 있다.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세분화된 규정과 정책, 반려견의 입장을 고려한 반려견 호텔과 동물 병원 서비스, 독일 사람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성숙한 인식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라면 부러워할 모습에서부터, 개똥 천국이라 부르고 싶을 만큼 지저분한 길거리와 잔디밭 등 의외의 모습까지. 우리나라와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어느 부분은 본받을 만한지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큰 개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좌충우돌 초보 집사 성장기
《오늘은 댕댕이》는 반려견 나리를 만난 이후로 벌어지는 초보 집사의 좌충우돌 성장기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간청에도 반려동물을 극구 반대하던 작가는 어느 날 딸이 보여 준 사진에 한눈에 반해 덜컥 입양을 결정하고 말았다. 정신 차리고 보니 나이 오십에 털북숭이 아기가 생겨 버린 것이다. 아이 셋을 키운 베테랑 엄마지만, 털북숭이 반려견은 처음 키워 본다. 게다가 어렸을 적 생긴 큰 개 트라우마까지 가진 왕초보 집사. 작가는 생각보다 큰 강아지 나리의 몸집에 놀라 처음에는 제대로 안아 주지도 못했고, 그 덕분에 나리에게 밥 잘 주는 이웃집 아줌마 같은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사고를 치는 나리의 이름을 목청 높여 부르고, 따스하게 기대며 해맑게 웃는 모습에 사르르 마음이 녹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해묵은 트라우마가 점점 사라져 갔다.
이 책의 작가는 모르는 것투성인 초보 집사다. 그렇다 보니 동물 병원의 수의사를 비롯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거침없이 배워 나간다. 반려견의 목욕 주기에서부터 개에게도 사춘기가 있다는 것, 반려견에게 주지 말아야 할 음식이나 산책 나갔을 때 주의해야 하는 것들 등. 반려견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간다.
나리와 만난 후 작가의 세상이 달라졌다. 매일 보는 동네와 하루가 새롭고, 이웃의 범위가 넓어졌으며, 세상을 보는 눈과 마음이 확장되었다. 나리가 없었다면 나딘 할머니와 반려견 라라의 기적 같은 이야기도, 라일라와 루비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타이슨과 하이케 할머니의 운명 같은 만남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늦은 밤 달빛 아래에서 나란히 걷는 일도, 가로수 아래 밤마실 나온 고슴도치를 반기는 일도, 비 온 뒤 차분해진 길 위를 찰박찰박 소리 나게 걸으며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좌충우돌하며 강아지 나리와 하루하루 함께 성장해 가는 초보 집사의 이야기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공감의 웃음을, 동물을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간접 경험과 대리만족을 안겨 줄 것이다. 지금 당장 귀염뽀짝 엉뚱발랄한 나리 이야기를 만나 보자!
따뜻한 일러스트와 귀여운 사진으로 담아낸
똥꼬발랄 개나리 가족의 일상
《오늘은 댕댕이》 작업에는 따스하고 감성적인 화풍이 인상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배누가 참여했다. 나리와 작가의 가족이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나리와 함께 조깅하고, 산책하고, 가만히 기대어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일상의 모습을 배누 작가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그림으로 풀어냈다.
이 책의 주인공 나리의 사진도 빠질 수 없다. 오랜 시간 자녀들의 간절한 요청에도 끄떡없던 작가 부부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은 미모가 아니던가. 해맑게 웃는 모습에서부터 새초롬히 쳐다보는 모습,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 예방 접종을 하고 생각에 빠진 모습 등 매력 넘치는 나리의 모습도 곳곳에 넣었다. 적재적소에 들어간 다양한 나리의 사진은 이야기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에필로그 마지막 부분에는 나리의 트레이드마크인 “어우, 어우” 영상이 담겨 있으니 빼먹지 마시길. 귀여운 사진과 편안한 그림의 느낌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야기에 담긴 따뜻함이 배가 되어 전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