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까지 떠나게 할 정도로 끔찍한 기억을 안겨줬던 첫 연애.
그 상처로 카탈리나는 6년째 싱글이다.
하지만 곧 친언니의 결혼식에서 전 남친을 마주쳐야만 한다!
뉴욕에서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카탈리나는 한 달 뒤에 스페인 본가로 향해야 한다. 하나뿐인 친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신부 측 들러리가 자신이고, 신랑 측 들러리가 끔찍한 상처를 남긴 전 남친만 아니었다면 기쁘게 갔을 텐데.
심지어 전 남친은 약혼녀를 결혼식에 데려온다고 한다. 그 옆에 ‘외롭고 추레하고 처량한 늙은 싱글’로 참여하게 된다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결혼식에 함께 가줄 가짜 남친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뉴욕에서 스페인까지 기꺼이 함께해 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모든 게 절망적이던 그때, 원수처럼 지내던 남자 ‘에런 블랙퍼드’가 그녀의 인생에 불쑥 끼어든다.
“결혼식에 남자친구로 같이 가줄게요, 카탈리나.”
“웃기네요. 농담 잘 들었어요, 블랙퍼드.”
뉴욕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스페인 여성 ‘카탈리나 마르틴’. 그녀는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인 인테크 사업부의 다섯 팀장 중 한 명이다. 그리고 깊은 바다처럼 푸른 눈에 큰 키, 완벽한 복근을 가진 시애틀 출신 ‘에런 블랙퍼드’ 역시 다섯 팀장 중 하나다.
어느 날, 탕비실에서 절친 로지에게 곧 벌어질 끔찍한 언니 결혼식 이야기를 하던 중 에런이 불쑥 나타난다.
“결혼식에 같이 가줄게요.”
하지만 에런은 카탈리나의 블랙리스트 1순위다. 에런의 출근 첫날, 카탈리나는 소소한 선물과 함께 그를 환영해 줬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눈빛과 뒷담화뿐이었다.
‘그는 경악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입을 딱 벌렸다. 내가 어색하기 짝이 없는 농담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 몸에 머리 하나가 더 돋아난 것 같은 눈으로 날 쳐다볼 필요가 있었을까. 그 일이 있고 이틀도 채 안 되었을 때 에런이 나를 헐뜯는 말을 하는 걸 들었더니… 사람이 참 위축되고 비참해졌다. 진짜 어른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옆으로 내쳐진 느낌이었다.’ (95페이지)
그 후 2년 동안 둘은 회사에서 앙숙으로 지냈다. 에런은 카탈리나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고, ‘정열적인 스페인 여자’인 카탈리나 또한 단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 갑자기 자신을 돕겠다니? 카탈리나는 처음엔 절대 믿지 않았지만, ‘거래’를 조건으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당신도 나한테 같은 일을 해주면 됩니다.”
“가짜 여친이 필요하다고요? 당신 같은 사람이?”
끝끝내 자신을 의심하는 카탈리나에게 에런은 같은 조건의 ‘거래’를 제안한다. 왜 하필 자신이냐 묻는 카탈리나에게 에런은 ‘내가 아는 여자 중 이런 일을 할 정도로 미친 여자는 당신뿐’이라 답하고, 별다른 수가 없던 카탈리나 또한 마지못해 거래를 받아들인다. 결국 둘은 함께 스페인으로 향하고, 가짜 연인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이건 가짜 데이트고, 거래일 뿐이야.’
하지만 직장에선 볼 수 없었던 서로의 색다른 모습에, 둘 다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데…
카탈리나와 에런은 이 ‘스페인 사랑 사기극’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