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꾸준함이 중요하다.
그러나 눈을 감고 숨만 고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몸의 딱지를 떼어내면서 마음의 허울도 걷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명상은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호흡에 집중하면서 ‘나’를 뛰어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물음을 던져야 한다.
- 머리말 ‘고백과 당부’ 중에서
* 인공 지능과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 그래도 불안!
질식의 공포를 느끼게 되는 공황 장애는 명확한 발병 원인이 없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공황 장애 환자 수는 2018년 16만 8636명에서 2022년 24만 2434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5년 만에 43.76%나 늘어난 수치다. 환자의 절반 가량이 4·50대 중장년층인데 사회적, 경제적인 스트레스는 가중되는데 그만큼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49살에 말로만 듣던 공황을 처음 겪은 저자는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발병의 원인이 ‘불안’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수많은 불안 해소법과 치유법이 쏟아지는 시대지만, 저자는 영화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색다른 접근법을 시도한다. 불안을 피하거나 억누르는 대신, 영화 속 장면들을 거울삼아 불안을 마주하고, 그것을 초월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 여정에서 명상은 그 길을 밝혀주는 동반자이자 안내자가 된다.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 기술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불안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챗GPT와 같은 인공 지능의 등장은 직업의 불안을, 메타버스의 확장은 정체성의 불안을, 로봇 기술의 발전은 존재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저자는 묻는다. "과연 불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리고 영화와 명상이라는 두 날개로 그 답을 찾아 나선다.
* 명상은 스스로 물음을 던지는 것!
전 세계 명상 앱 시장은 2023년 기준 52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연간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트레스 해소와 불안 관리를 위해 명상 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3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명상이 이러한 양적 성장 속에서 ‘해야 할 일’로 전락한 현상을 저자는 비판한다. 명상의 본질은 잊힌 채, 우리는 또 다른 운동과 훈련으로 명상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기존의 명상서와 달리, 18편의 영화를 통해 불안의 실체를 탐구하며, 과학과 예술, 철학을 아우르는 다층적 접근으로 명상의 본질을 회복하려 한다. 특히 윤동주의 시에서 마크 로스코의 그림, 최신 뇌과학 연구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시야는 이 책만의 차별점이다. 불교의 참선, 기독교의 묵상, 도교의 무위자연을 넘나드는 열린 관점은 종교를 초월한 보편적 지혜를 전한다.
영화 "그랑블루"의 바다처럼 깊이 있게, "그래비티"의 우주처럼 광활하게, "월-E"의 시선처럼 따뜻하게 불안을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각 영화는 단순한 예시가 아닌, 우리의 불안을 비추는 거울이자 치유의 통로가 된다. 저자는 이를 통해 명상이 단순한 호흡 수련을 넘어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임을 보여준다.
* 열심히 읽지 말고 그냥 들여다보기!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나 명상 입문서가 아니다. 49년간 불안과 동행한 한 인간의 진솔한 고백이자, 예술과 과학을 통해 불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안내서다.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한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이 일하고, 더 빠르게 성과를 내라고 재촉한다. 심지어 명상마저 ‘해야 할 일’ 목록에 포함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영화라는 친숙한 매개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깨달음의 길을 열어준다. 마치 좋은 영화를 본 후 잔잔히 남는 여운처럼,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연스러운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저자는 “열심히 읽지 말고, 그저 들여다보라”는 말을 남긴다. 독자 스스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 책은 오랜 친구처럼, 깊이 있는 영화처럼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