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임 시인은 시를 통해 나름의 자연동화 내지는 물아일체적 지향의 삶을 추구한다. 그에게 있어서, 시적 주체의 자아와 대상적 타자의 융화를 도모할 수 있게 추진하는 그 동력원은 다름 아닌 지난날을 향한 추억과 그리움의 강력한 자기장이라 하겠다.
그에게 ‘상처’와 그 ‘흔적’[傷痕]이란 더 나은 성숙을 위한 성장통이며, 그것이 곧 자연의 ‘천지불인’이다. 일상 사물에 투영된 여성적 자의식의 단면을 드러내는 연결부와 연합 반응에 있어서, 그의 새로운 시간들은 낡은 것들을 뽑아낸다. 즉 신생 줄기세포가 회로망을 생성하며 기능을 상실한 시적 감각을 재생한다. 이렇게 시인들이라면 응당 지속적인 깊은 사유를 통해, 비활성화된 시적 뉴런의 잠재력을 미분함으로써, 자신들의 시에서 분자적 자극을 받은 새 뉴런의 생성이 산출되도록 시도해야 할 터이다.
변화하는 세상을 이끄는 힘은 곧 ‘새로운 생각’이다. 『손자孫子』 「시계始計」편에서는 ‘공기무비攻其無備 출기불의出其不意’란 공격법을 제시하는데, 이는 ‘그 방비 없는 곳을 공격하고, 전혀 뜻하지 않은 때에 출격한다’는 뜻으로, 상대의 허를 찔러 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독창적인 행동을 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 말뜻은 예술의 창작 정신을 정곡으로 지적하는데, 색다른 시를 얻기 위한 시인들의 문학적 탐색은 더 큰 동력원을 요한다.
김정임 시인처럼 우리는 앞으로도 더 잃을 것도 없는 사람처럼 시를 써나가야겠다. 시를 대충 쓰고도 사는 데 지장 없다고 여기는 자들의 시 작품 따위하고는 차원이 영 달라야 한다. 우리는 시로써 독자와 늘 신경전을 벌여야 할 운명적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