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위엄을 되살린 ‘인문주의자로서의 시인’!
세상의 비밀을 엿보는 시인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며, 시의 개혁을 주장했던 르네상스 프랑스의 대표적 시인 피에르 드 롱사르(Pierre de Ronsard, 1524~1585)의 《이 시대의 비참에 대한 논설》이 국내 최초 완역되었다. 오드, 소네트, 엘레지, 서사시와 같은 여러 장르에서 사랑, 죽음, 자연, 우주, 정치 등 다양한 제재를 다루었다. 프랑스 시(詩)의 새로움과 가치를 논하는 자리에서 롱사르를 간과하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는 시의 새로운 가치를 탐색했으며 나아가 시인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에게 시란, 인간과 지상 그리고 우주의 본질을 탐색하면서 인류에게 감동을 부여하고 삶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다양함’과 ‘풍부함’이라는 르네상스를 관통하는 정신을 시에 투영한 롱사르에게 언어는 지향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도록 이끄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이 시대의 비참에 대한 논설》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존엄과 지상적 삶의 가치를 해석하고 드러내는 인문주의자로서의 시인을 만날 수 있다.
인간과 세상의 진실을 추구하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시인’!
1560년대부터 시작된 프랑스 종교전쟁 속에서 롱사르는 신의 이름하에 서로 죽고 죽이는 참혹한 비극을 목격한다. 이러한 내란의 한복판에서 쓰인 《이 시대의 비참에 대한 논설》은 시대를 고발하며 시의 윤리성과 정치성 그리고 시인의 사회적 역할 모두를 담아낸다. 비참한 현실 앞에서 그는 진실을 담아내는 말의 위엄을 되살리고, 비극적 현실을 개조하여 모든 것이 서로 소통하는 세계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시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롱사르는 이질적인 것 모든 것이 서로 화합하는 시를 써 나갔다. 세계의 조화를 위협하는 ‘단절’이라는 사악한 힘에 맞서 행복의 불꽃이 되살아나는 꿈을 다시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이 시대의 비참에 대한 논설》은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 책을 통해 허구를 자양분으로 삼는 문학이 인간을 둘러싼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 나아가 인간 존엄성이 위협받는 시기에 문학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