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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스미는 인디고블루

빛이 스미는 인디고블루

  • 박계숙
  • |
  • 황금알
  • |
  • 2024-12-07 출간
  • |
  • 136페이지
  • |
  • 128 X 210mm
  • |
  • ISBN 9791168150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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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남아 있는 것의 윤리

방승호(문학평론가)


1.
막스 피카르트는 『침묵의 세계』에서 자기 앞에 있는 대상에 응답하는 일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앞에 놓인 사물을 정의하고 그것의 이름을 부르는 일이 우리의 본성이라는 게 피카르트의 설명이다. 그래서 인간은 때로 자신에게 제공되는 지나치게 많은 사물로 인해 심한 압박을 받는다. 설령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미지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인간은 그 복제물을 끊임없이 말할 수밖에 없는 숙명에 놓여 있다. 언어가 인간을 정의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눈 앞에 펼쳐지는 현상에 대해 말하는 일. 피카르트의 말처럼 이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본능이다.
박계숙이 이번 시집에서 말하는 것도 이러한 본능과 무관하지 않다. 시인은 인간이 존재하는 본질적 이유를 이야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사물을 응시한다. 시인은 자신 앞에 있는 사물, 다시 말해 ‘시뮬라크르(simulacre)’로서 이미지를 포착하고 이로부터 삶의 본질을 하나씩 찾아 나선다. 이번 시집의 문을 여는 「너는」에서 화자가 “너는 꽃 속에 꽃 / 꽃 피기 전에 꽃 / 꽃이 오기 전에 꽃”이라며 꽃을 거듭 호명하는 대목은 이 여정의 첫걸음이나 다름없다. 시인의 시는 눈앞의 이미지를 직시하고 이를 호명하는 작업이지만, 시인은 대상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머물지 않고 대상에 잠재한 가치를 언어화하는 데 더 주력한다. 언어의 기표에 묶인 개념에서 벗어날 때 그 실질을 발견할 수 있음을 시인은 알고 있는 까닭이다. 꽃잎이 피기 전부터 존재했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일. 그것이 시인이 말하려는 삶의 본질 중 하나다.

삶은 오래전부터
숨바꼭질을 했다.
술래인 내가 찾을 수 없게
깊이 깊이
어딘가로 숨어들어
늘 나만 혼자 남아 쩔쩔매었다.

삶은 언제나
위장술의 천재였다
본래의 얼굴에 가면을 쓰고
어둠 속에서 능청스런 웃음을 짓고는
술래인 나를 골려 먹으며 즐거워했다.
나는 늘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늘 당황했고
늘 안타까웠다.
- 「숨바꼭질」 부분

시인이 말하는 삶은 화자가 술래가 되어 찾아다니지만 쉽게 잡을 수 없는 능청스러운 존재이다. 시인과 숨바꼭질하는 삶은 가면을 쓰고 있어 본래의 모습을 알 수 없는 존재로 형상화된다. 이러한 까닭으로 시인은 삶이 언제나 “위장술의 천재”였으며 그런 상황에서 자신은 늘 속수무책이었다고 고백한다. 시인의 언어는 삶과 숨바꼭질하는 자의 토로와도 같다. 그의 시가 삶의 의미(“주소지”)를 찾지 못하였으므로 계속해서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자아의 고백으로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숨바꼭질의 결과보다는 과정에 있다. 과연 시인은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이 찾으려 하는 삶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것일까. 시인이 숨바꼭질 끝에 찾은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이번 시집을 읽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두 가지 물음이다.

2.
삶을 말하기에 앞서 시인은 먼저 감각에 대해 말한다. 본래 감각은 여러 현상을 감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 인간의 지적 능력으로 포섭되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직관으로 포착되는 다양한 현상들은 선험적 도식과 통합되어 하나의 인식적 체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는 칸트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상상력’이라는 개념으로 풀이되는, 감성과 지성을 매개하는 인식 역량의 토대가 된다. 시인이 존재 의미를 찾기 위해 반복적으로 이미지를 직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박계숙이 존재의 가치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복잡다기한 세계의 이미지를 포착하고 이를 언어화하는 일이다.

生에선 등푸른 생선의 비린내가 난다
生에선 대장간에 울리는 쇳소리가 들린다
生에선 여름 한낮의 쨍쨍한 햇빛이 보인다
生에선 늦가을 한강에서 반짝이는 물비늘이 빛난다
「生」 전문

시인은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시인이 말하는 것은 삶의 한가운데 있는 것보다는 삶의 가장자리에서 존재하는 것에 더 가깝다. 우리의 삶 중심에 있는 감각들이 아니라 시간의 변두리에서 작게 숨 쉬고 있는 것들을 시인은 기록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의 바깥에 있지 않지만 익숙해서 의도적으로 지각하지 않으면 인식하기 힘든 존재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시인은 현대인의 시각에서 쉽게 지나쳤던 현상을 주목하고 그곳에 잠재한 생의 움직임을 감각의 층위로 다시 꺼내 보인다. 이러한 특징은 「生」에서 “등푸른 생선의 비린내”, “대장간에 울리는 쇳소리”, “여름 한낮의 쨍쨍한 햇빛”과 같은 복합 감각으로 형상화된다.
시인은 가장 원초적인 현상이지만 가장 강렬하게 삶의 형식을 대변하는 감각을 주시하며 생의 의미를 찾아 나선다. 이러한 삶의 가치는 「밥상 앞에서」에서 “생로병사 / 희노애락 / 삶의 밥상에 놓인 / 각각의 반찬들”로 표현되기도 하고 「숯불」에서는 “형태를 잃을 때까지 열정의 발효를 기다려야 하”는 인고의 시간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시인이 세계의 이미지를 언어화하며 존재론적 의미를 찾으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의 앞에는 희미한 생의 감각만이 아른거린다는 점에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축축한 밤의 혼이 스며드”(「밤의 영혼」)는 공허한 시간의 고요만이 시인에게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목차

1부 어둠 속에 무지개

너는·12
이브가 낳은 능소화凌霄花·13
풍등의 비밀·14
폼페이의 얼음,땡 놀이 - 화산재 석고상의 절규·16
새봄에, 땅속에서, 불꽃놀이·18
콩깍지 탈출 작전·19
시가 그림처럼·20
어둠 속에 무지개·22
제비꽃, 이른 봄에·24
경계는 없다·26
수종사水鐘寺 하모니·27
맷돌, 춤추다·28
고요의 노래 1·30
동행同行·31
인간 이카로스·32
숯불·33
밥상 앞에서·34
바람이 불면·36
머리에 풀 나다 - 의식과 무의식·38

2부 시를 사랑하는 지팡이

사춘기·40
는개·41
우리가 사는·42
삶을 매우 쳐라·43
고요의 노래 2·44
밤의 영혼·45
외줄타기·46
기우뚱한 사랑 - 아날로그 시계를 추억하며·47
生·48
부재의 흔적·49
시시포스와 나·50
춤추는 의자·52
나직이 부르는 사모곡·54
한 생명 - 신생아실 유리창 너머·56
희미한 자者들의 노래·57
숨바꼭질·58
반가사유상·60
열매·61
시詩를 사랑하는 지팡이·62
행복, 가득히·64

3부 감은 눈을 한 번 더 감으면

긴팔원숭이처럼·66
들숨과 날숨·67
푸른 세례·68
속 깊은 미소·69
손가락꽃, 웃다·70
윤슬, 늦은 가을에·72
뜨거운 죽 먹기·73
감은 눈을 한 번 더 감으면·74
소망하지 않을 자유·76
풍선과 소녀 - 뱅크시 전·77
유희遊戲하는 세상·78
스펀지 위에서 쇠공 굴리기 - 현대인의 난중일기·80
티눈·82
꽹과리와 푸닥거리·84
시간이 오래 묵으면·85
시간·86
사로잡힘을 건너다·87
경계를 넘다·88
순간, 영원에 닿다 - 폼페이 최후의 날의 독백·89
고흐의 풀밭·90

4부 빛이 스미는 인디고블루

주거침입자·94
길·96
빛이 스미는 인디고블루·97
발효, 삭아지는 것들·98
말랑한 퇴근길·100
후회·102
벽·103
키높이구두와 하이힐·104
불꽃놀이, 한강공원·105
적멸궁 가는 길·106
냉이꽃, 하얗게·108
절반으로, 넘치는 행복·109
돌덩이와 풍선·110
시간의 큰 키·112
가생이, 희망별곡·114
검은 성모와 금빛 예수·116
소나기와 떡갈나무·117
시간 말리기·118
그리움·120

해설 | 방승호_남아 있는 것의 윤리·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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