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강원문학의 장소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볼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강원문학의 정체성과 특이점을 논구하는 과정에는 현대문학뿐만 아니라 고전문학, 언어학, 역사학 등의 학제간 관점이 종합되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당위를 실천하고자 강원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장 필진을 섭외하고 청탁하였다. 물론 그 중심에는 강원문학연구회 회원들의 공통된 문제의식과 협동 작업이 전제되어 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강원문학의 경계와 장소성’이라는 제하로 일반론 혹은 범주론의 관점에서 강원문학에 접근한 글을 묶었다. 2부는 ‘정전과 정전 너머’라는 주제로 강원문학의 대표적 정전에 관한 재론에 해당된다. 3부는 강원문학의 당대적 지평을 예시하는 글들을 모아 ‘강원문학의 현재와 미래’로 실었다.
1부를 여는 「강원 문학사와 로컬리티」(남기택)는 장소성에 주목하여 강원 문학사의 쟁점을 다룬다. 정전 격으로 거론되는 이태준, 김동명, 이성교 등의 문학세계에 나타난 장소성 양상을 예시하였다. 올바른 지역 문학사 구성을 위해 로컬리티 관점에서의 다양한 모색은 필연의 수순일 것이다. 「언어라는 장소」(최윤)는 부제와 같이 ‘강원문화와 방언 양상’을 소개한다. 영동 방언과 영서 방언으로 대표되는 강원 방언은 그 지역의 음운적, 언어적 특성을 담아내며 지역문화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문학작품에서 방언은 지역적 특수성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이를 통해 작품의 질적 향상과 지역문화의 보존에 기여할 수 있다. 이 글의 제언처럼 방언을 활용한 문학적, 교육적 접근으로써 방언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역적 자긍심을 고취하려는 노력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시를 통해 본 강원도의 심상지리」(김정은)는 전근대 시기 한시 작품에 표상된 강원도 명승에 대한 심상지리를 고찰한 것이다. 이 글은 강원도 명승에 대한 심상지리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고 색다른 명승 이미지를 보여주는 한시 작품을 소개한 데에 의미가 있다. 「강원권 아동문학의 공간과 장소」(권석순)는 강원아동문학회 동인지 「강원아동문학」 창간호부터 49집까지의 작품에 녹아져 있는 공간과 장소의 정체성을 살펴본 글이다. 이 글에서는 아동문학가들의 상상을 통과한 강원권 자연환경이 동심과 맞물리면서 생명력을 얻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2부의 「이효석 소설에 나타난 공간의 의미」(김남극)는 부제목처럼 평창, 경성, 북만주를 중심으로 이효석 소설의 공간 양상을 다룬 글이다. 특히 장편 「벽공무한」을 통해 하얼빈으로 대표되는 북만주 공간의 의미에 주목하였다. 하얼빈과 경성의 흥미로운 대비 양상 속에서 이효석 소설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철원, 이태준 단편소설 속 고향의 심상지리」(박상익)는 강원도 출신의 대표적 문인 이태준이 자신의 문학작품에서 고향의 심상지리를 어떻게 반영했는지를 탐구한 글이다. 이태준 소설세계는 방대한 양으로 정평이 나 있음은 물론 문학적 성취 또한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 글은 이태준 소설을 철원에 대한 문학지리학으로 접근한 선구적 사례에 해당된다. 「이국 정서와 고향에 대한 토포필리아」(국원호)는 강원문학의 대표적 정전이라 할 김동명을 다시 읽는다. 특히 김동명의 첫 시집 「나의 거문고」가 고향에 대한 장소애로 가득 차 있음에 주목하였다.
「강원문학의 정전, 박인환과 김수영의 차이」(이민호)는 인제 출신의 박인환을 김수영과 함께 다룬다. 박인환과 김수영의 관계는 대부분 비문학적 층위에서 논의되었다. 경쟁 관계, 열등감, 콤플렉스, 피해의식, 대타 의식 등으로 고정관념 혹은 편견을 표출하는 수준은 아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이 글은 강원문학의 정전으로서 박인환 시는 여전히 변신 중임을 강조하였다. 「강원도의 심상지리와 공간의 실천」(최도식)은 강원도의 시인, 삼척의 시인으로 알려진 월천 이성교의 시세계를 조명했다. 월천 이성교는 고향 삼척과 영동 지역, 더 나아가 영서 지역으로 시적 소재를 확장한다. 그의 시는 강원 지역의 공간적 이미지를 통해 민족의 애환과 정서를 내면화한 세계를 선보였다.
3부의 「강원 근현대사의 쟁점」(장경호)은 사학 전공자가 강원 지역 근현대사를 개관한 글이다. 강원 지역 근현대사의 쟁점이 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정리하고, 말미에 미개척 분야에 대하여 근현대로 나누어 각 분야별로 정리한 것이다. 「강원문학에 나타난 분단 인식과 장소성」(정연수)은 38선과 휴전선이 남긴 분단의 상처를 시를 통해 조망했다. 정춘근, 고형렬, 김동명, 이성선, 이상국, 박봉준, 김종헌, 장승진 등 강원 지역 시인의 작품을 통해 관련된 장소성을 살폈다. 트랜스로컬리티 관점에서 속초 아바이마을을 다루는가 하면, 분단 현장을 대하는 문인의 자세까지 아우르고 있다.
「탄광문학의 미래」(남기택)는 광부시인의 대명사로 알려진 성희직 시세계를 조명한다. 성희직 시를 통해 탄광문학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 비전을 예고하였다. 시인을 직접 찾아 인터뷰한 내용은 관련 장르의 실정을 이해하는 참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석교 시의 장소성과 서정적 리얼리즘」(류상범)은 강원영동 지역(삼척)을 거점으로 문학 활동에 매진한 정석교의 시세계 전반을 조명하였다. 정석교 시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인간 존재와 노동의 문제를 사유한다. 정석교 시가 보여주는 지역적 특수성과 한국 사회의 보편성은 지역문학, 노동문학, 탄광문학, 한국문학이란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이 책은 강원문단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수록하였다. 기성 문인으로서 이은과 성시하의 시, 신예 작가로서 최봉주의 소설을 청탁하였다. 1부 말미에 수록된 이은 신작시 「나의 고랭지」·「동쪽 장터」, 2부 말미에 수록된 성시하 신작시 「붉은 메밀밭」·「달을 먹다」, 3부 말미에 수록된 최봉주 소설 「타점」 등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이자 감동일 것이라 확신한다. 강원문학을 주제로 삼은 책에서 창작은 꼭 필요한 콘텐츠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