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나는 정말 행복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사진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인수 작가의 작업을 보면서 정말 행복했다. 왜냐하면 이인수 작가가 사진과 재미있게 놀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이인수 작가님도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진이라는 매체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사진 자체와 놀고 있는 듯한 자유로운 감성이 느껴졌고, 사진을 통해 자신만의 시선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와 메시지를 유연하게 풀어내어 자유로운 상상력과 따뜻한 감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번 사진집은 ‘자연’과 ‘삶’이라는 두 가지 큰 주제로 나뉘어 있다.
‘자연’ 부분에서는 빛과 색, 그리고 형상들의 조화로움이 돋보인다. 작가는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숨어 있는 미묘한 감정을 끌어내며, 자연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시각적으로 탐구한다. 꽃, 나무, 하늘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존재감을 갖추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과 교감하게 한다. 특히 그의 사진 속에서 자연은 인간보다 더 큰 이야기의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작가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빛의 활용이다. 빛과 그림자, 반사와 투과,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허상과 실상 사이의 경계가 작가의 사진 속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자연을 주제로 한 사진들에서는 빛의 흐름이 피사체와 어우러져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는 듯한 초현실적 이미지를 창조해 낸다. 이런 접근은 그의 사진에 강렬한 미학적 긴장감을 부여한다.
‘삶’ 부분에서는 일상 속 인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인수 작가는 사람들의 얼굴이나 일상적 순간을 통해 그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포착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다. 여기서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마치 짧은 영화나 서사처럼 전개된다. 인물사진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인물의 개성과 그 안의 내면적 이야기를 묘사하는 능력이다. 그의 인물들은 외로움, 사랑, 희망, 그리고 고뇌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동시에 드러내며, 그 속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사진 속에서 "뺄셈의 미학"을 강조한다. 그가 보여주는 뺄셈은 단순히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더욱 집중하는 방식이다. 그의 사진에서 비어 있는 공간들은 의도적으로 남겨진, 중요한 서사적 역할을 한다. 이 빈 공간들은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고, 작품의 주제나 메시지를 한층 더 강렬하게 만든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을 보여준다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본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가의 사진집은 사진예술이 어떻게 상상력과 철학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은 피사체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사진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하게 한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지닌 기록성과 상징성,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감정적 깊이를 효과적으로 탐구한 그의 작업은 사진예술에 있어 중요한 발자취로 남을 것이다. 이번 사진집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와 상징을 탐구하며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사진과의 유희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그의 작업은 사진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인수 작가의 사진을 통해 우리는 일상의 순간들 속에서 놓치기 쉬운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하게 되며, 나아가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자연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우리 모두 그의 사진들이 주는 조용한 위로와 설렘을 같이 느껴보았으면 한다.
2024년 11월
경희대학교 글로벌 미래교육원 〈특별한 사진〉 교수 조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