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폴, 요시모토 바나나 추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발견하는 삶
음악가의 생활과 음악이 서로 영향을 주는 건 당연할 수 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추구하는 음악에 맞춰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이는 흔치 않다. 커리어의 전성기에 선 음악가가 대도시를 떠나 작고 깊은 산골로 이주한 것은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은 호기심 이상의 결단이다.
그곳에는 인적 드문 마을을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 주변 사람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며 인사할 수 있는 다정한 문화, 오랫동안 몸으로 익힌 마을 어르신의 지혜 들이 존재한다. 저자는 농사일이나 전통 축제의 일손을 자처하고 마을 사람들의 기쁨과 애도의 순간에 늘 함께한다. 이처럼 언뜻 음악 창작과 상관없어 보이는 경험 속에서 얻은 깨달음은 자연스레 아름다운 연주곡의 주춧돌이 되었다. 피아노라는 서양 악기로 음악을 만들면서 자신의 뿌리를 고민했던 그는 마침내 산골 마을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한다.
이 책에는 유명인의 말이나 어딘가에 쓰인 그럴싸한 인용이 단 한 문장도 없다. 자연의 소리, 이웃의 말, 몸으로 깨우친 이야기들로 켜켜이 채워져 있다. 시행착오를 두려워 않고 지향하는 바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안에도 작은 용기가 솟아난다.
‘이미 전부 여기에 있다’는 철학
다수의 곡을 누군가의 의뢰를 통해 만들어 온 다카기 마사카쓰는 마지널리아 시리즈 음악으로서 개성 넘치는 세계를 펼쳐 보인다. 마지널리아는 산골 마을에 위치한 자신의 피아노 스튜디오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소리와 즉흥 연주를 함께 녹음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2017년부터 2024년 11월 현재까지 무려 180여 곡에 이른다. 까마귀와 풀벌레, 비와 바람 같은 온 생명들이 허락한 찰나의 순간을 모아 완성하는 음악이기에 어떤 재편집 없이 세상에 공개한다.
저자는 음악을 만들어야 할 때 새로운 정보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존재들에 귀 기울이며 이미 몸에 새겨진 경험들을 끄집어낸다고 강조한다. 항상 새롭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수많은 순간을 흘려보내는 현대인들에게 그는 말한다. 필요한 것들은 이미 곁에 충분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언제나 단 한 번뿐인 음악 같은 순간을 살아간다고. 작곡을 하지 않고 음악을 배우지 않았더라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우리 모두가 세상에 둘도 없이 아름다운 음악가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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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기록한 6년 동안의 에세이와 몇 편의 시, 독자들이 직접 연주해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담은 다섯 곡의 소중한 악보가 실려 있다. 특별히 한국어판에는 오랫동안 저자의 삶과 음악에 귀 기울여 온 오하나 번역가가 그의 수많은 음악 가운데 책과 함께하면 좋을 음악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