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
세상을 올바르게 보기 위해 학문을 한다. 나라와 나라 사이들의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의 다툼인 국제분쟁과 전쟁에 대해 올바르게 알기 위해 전쟁과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으신 분들이 한반도의 진정한 상황이 무엇이고 현재 국제정치의 진정한 상황이 무엇인가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을 기대하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물론 한반도의 냉전도 끝났고 북한 핵 문제도 잘 풀릴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지금 새삼스럽게 전쟁, 무기, 군사전략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의문에 대해 전쟁은 아직도 옛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현실이며, 한반도의 평화는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고 답하고 싶다. 세계와 한반도가 완전한 평화를 이룩한다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 학자의 양심에 더욱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제라도 우리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써야만 하며 그럼으로써 위태롭기는 하지만 평화의 시간을 계속 연장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목표하는 바는 전쟁에 관해서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은 실제와 다른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현실을 일반 독자들은 물론,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부해 보자는 것이다. 전쟁과 무기, 군사전략의 진실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것이 아니다. 공부를 통해서만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학의 유명한 국제정치학자인 브루스 러셋(Bruce Russett) 교수는 매 학기 국제정치학 강의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함으로써 한 학기 강의를 시작한다고 한다. “벤자민 스포크(Benjamin Spock) 박사는 육아(育兒)에 관한 저서에서 ‘엄마들은 육아에 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말로 책을 시작하고 있지만 나는 제군들에게 ‘제군들은 국제정치학에 대해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조금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겠네.”
우리들은 사실 국제정치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조금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거꾸로 알고 있기도 하다. 전쟁과 국제정치 및 군사전략 등 세부 분야로 들어갈 경우 우리의 상식은 맞지 않는 부분이 더욱 많아진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전쟁과 국제정치에 관한 제반 견해들은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일 경우도 많다. 전쟁과 전략은 상식의 영역이 아니며 국가의 삶과 죽음을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에 ‘역설적’인 논리가 적용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로마인 베제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라는 유명한 금언을 남겼는데 원어로는 Si Vis Pacem, Para Bellum이며 영어로는 “If You Want Peace, Prepare for War”이다. 미국의 유명한 전략이론가 에드워드 럿왁(Edward N. Luttwak) 박사는 베제티우스의 논리를 ‘역설의 논리(Logic of Paradox)’라며 다음과 같이 해설했다. 베제티우스의 논리 구조는 그대가 A를 원한다면 B를 행하라(If you want A then do B)라는 것인데 A와 B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그대 날씬해지고 싶으면(A), 음식을 많이 먹어라(B)” “그대 높은 학점을 받고 싶으면(A), 공부를 조금 해라(B)”가 말이 되는가? 그런데 그대 평화(A)를 원하거든 전쟁(B)을 준비하라는 역설의 논리는 그럴듯한 말이 되지 않는가?
우리의 인생사 중에는 거꾸로 생각해야 타당한 영역들이 일부 있는데 주로 삶과 죽음을 다루는 영역에서의 일들이 그러하다. 삶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위해서 다른 즐거운 일들을 포기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예로서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모두 군대에 가서 몇 년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일은 힘든 일이지만, 평화라는 고귀한 가치를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좋은 목적을 위해 괴로운(혹은 나쁜)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독자들이 “우리가 전쟁에 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은 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것이었구나!” “우리는 오히려 거꾸로 알고 있었던 것이 많았구나”라고 깨닫게 된다면 그것은 저자의 보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