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높아지려고 발버둥 치는 거대한 흐름과 아우성 속에 갇혀 꼼짝달싹 못 하고 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높은 곳만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 이것이 지금 사람들 대다수가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현주소다. 아무리 신앙심 깊은 그리스도인이라 하더라도 높은 자리, 좋은 자리, 탐나는 자리, 이름값 있는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서 안달이다. 교회 안에서도, 교회 밖에서도 그것은 여전히 마찬가지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에게 높아지려는 자는 마땅히 낮아져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우두머리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섬기는 종이 되라고 말씀하신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리라”(마 20:27, 막 10:44). 우리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 겸손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으로서 우리 삶의 목적과 운명을 가장 높은 차원에서 성취하는 것이다.
이렇듯 겸손의 미덕은 어느 시대에나 가장 필요한 삶의 기술이다. 그런 까닭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욱 절실해진 성품 훈련, 예수님을 닮아가는 성화의 출발이 바로 겸손이 아닐까 한다. 오직 마음의 온유함과 낮아짐이야말로 하나님의 어린 양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할 가장 중요한 표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레이는 겸손을 “모든 피조물의 가장 높은 차원의 미덕이며, 온갖 미덕의 근본”이라고 말한다. 그와는 반대로 “교만, 또는 이와 같은 겸손의 상실은 모든 죄와 악의 뿌리”라고 말한다.
그렇게 낮아진 마음이야말로, 그렇게 자신을 철저히 낮출 수 있는 자라야, 이 땅에서든 저 하늘에서든 어떤 권위와 질서에도 기꺼이 순종할 수 있다. 이렇게 순종함으로 나아갈 때 풍성하고 충만한 삶을 넘어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부어주길 원하시는 하늘에 계신 보호자이자 사랑의 하나님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물은 언제나 가장 낮은 자리로 흘러가 가득 채운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우리가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그분의 영광과 능력이 우리에게 가득 흘러들어 한껏 높임과 축복을 받게 하신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영접한 우리의 관심사는 예수님을 닮아가는 제자의 삶이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겸손히 낮추고 오롯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신앙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가장 큰 뜻이다.
오직 하나님만이 모든 사랑과 은혜의 근원이기에, 우리의 믿음과 넘치는 축복 역시 하나님 안에서 찾아야만 한다. 가능한 한 우리는 하나님의 임재, 하나님의 뜻, 하나님과의 교제를 통해 예수님을 닮아가는 제자가 되기를 소망해야 한다. 그렇기에 머레이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단 한 가지 희생제사는 바로 순종의 제사”라고 말한다. 하늘에 계신 우리 하나님 아버지는 그분의 모든 자녀가 그분께 온 마음과 정성과 뜻을 다하여 순종하기를 기대하신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의 삶에 흘러들어 축복으로 채우는 통로이자, 예수님을 닮아가는 제자의 삶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