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 시인은 사진과 접목한 짧은 글을 읽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가 이상옥 교수가 쓴 「앙코르 디카시」라는 책을 통해 디카시 세계에 첫발을 디뎠다고 한다. 이후 디카시 공모전에도 적극 참여해 수상하며 자신만의 디카시 세계를 펼쳐 왔다.
이번 시집은 그동안 시인의 눈에 포착된 작고 여리고 소외된 생명과 사물들이 모여 집 한 채를 이룬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영상언어는 서로 존중하고 위로하는 연민의 서정과 일상의 안팎을 응시하는 상상력과 위트가 두드러진다. 이상옥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사물이나 자연의 기호적 의미를 생의 진실로 읽어내는 투명하고 순진무구한 시안이 눈부시다.”고, “유은경의 디카시는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 같다.”고 말한다.
시집의 표제작인 「달은 이제 어디로 가나」는 정월대보름 달집을 태우는 사진을 통해 ‘집이 타버리면 달은 갈 데가 없겠네, 아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해야지’하는 아이의 동심을 읽어낸다. 「아늑한 밥상」은 길가에 준비해 둔 정성 어린 사료와 말랑말랑해지는 고양이의 마음을, 「달걀 꾸러미」는 갱년기엔 잘 챙겨 먹어야 한다며 달걀 꾸러미를 내밀며 씩 웃는 제비꽃의 마음을 읽어낸다. 「아버지」는 자식들 키우느라 쉴 짬 없는 아버지를 벼꽃에 대비하고 있다. 「엄마한테 가자」는 찻길에서 어린 박새를 만난 신비로운 경험을 통해 ‘누구나 해맑은 아이가 되는 세상’을 그려낸다.
“동네 한 바퀴 천천히 걸을 때마다 오늘은 누구를 만날까 기대되고 설렙니다. 디카시를 쓰기 위해 걷는다기보다는, 걷다 보니 대상을 만나고 사진을 찍고 쓰게 되지요. 순간을 포착하고 낯설게 표현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독자들이 무릎을 치며 읽다가, 웃다가, 짠하다가, 살짝 불편하다가도 마침내 편안해지면 좋겠습니다.”
위와 같이 출간 소회를 밝히는 유은경 시인은 전북 임실에서 나고 자랐다. 첫 동시집 「생각 많은 아이」를 비롯해 다수의 동시집을 냈으며 황금펜아동문학상과 푸른문학상, 대산문화재단 대산창작기금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디카시 공모전에 출품해 산해정문학상, 치유문학상, ‘농업·농촌의 꿈’ 디카시 국민공모전, 중랑 서울장미축제 디카시 공모전 등에서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