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흔들리고 휘둘릴 때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
스토아 철학은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나는 아파테이아apatheia를 이상으로 삼았다. 아파테이아는 외부의 어떤 일에도 영향받지 않고 흔들림이 없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 즉 정념에서 벗어나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상태다.
《명상록》을 쓴 사람은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Antonius, 121~180(재위 161~180)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을 따라하느라 거친 천으로 만든 옷을 입은 채로 잠을 자기도 했을 만큼 철학을 좋아했던 아우렐리우스였지만, 그는 인생 대부분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죽음을 맞이한 곳도 전쟁터였다. 아우렐리우스는 생사를 넘나드는 매일의 곤경 속에서도 삶에 대한 고뇌와 자신에 대한 성찰을 담은 글을 수시로 적었다. 내밀한 일기, 짧은 메모에 가까운 글이 모여 《명상록》이 되었다. 《명상록》의 원제는 ‘Ta eis heauton’이다. ‘자기 자신에게’라는 뜻이다. 《명상록》은 아우렐리우스에게 죽음의 공포와 제국의 영토를 지켜야 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평정심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의 기술이 되었다. 어떤 원칙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일러 주는 매뉴얼이었고 개인의 철학이었다.
문화일보에서 오랜 시간 기자였던 유인창은 살아온 길과 살아갈 길을 책임질 나이가 되고서도 자꾸 흔들리던 어느 날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를 만났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에게도 자기만의 삶의 기술이나 인생 매뉴얼이 있으면 하는 생각이 절실했다. 저자는 아우렐리우스와 그의 생각의 토대가 된 스토아학파의 지혜 철학을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묵묵히 적어 나가며 자신만의 삶의 기술을 찾아 나갔다.
저자는 외부에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이끄는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삶의 기술이 필요하며, 우리는 이를 아우렐리우스와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는 평정심 유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살면서 한번은 아우렐리우스를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행복을 꿈꾸지만 행복에 닿는 것은 때때로 너무 멀어 보인다.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나는 닿기 어려운 행복보다 조금은 가까워 보이는 평온을 추구한다. 평온한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스토아 철학의 목소리에 공감한다. 스토아 철학이 지향하는 지점은 현실적이다. 현학적이고 으스대는 철학이 아니라 실질적인 삶의 방법이고 기술이다. 그렇게 스토아 철학을 만났다.”
-본문 7쪽에서
누구나 살면서 한번은 아우렐리우스를 만나게 될 것이다. 세계를 지배한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에게도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권력의 자리에 있었지만 그도 최소한의 행복과 평온을 구할 수 있는 자기만의 명상록이 필요했다. 아우렐리우스는 “나의 원칙은 건강하고 튼튼한가? 여기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모든 걸 가질 수 있어도 삶에 대한 자신의 철학이 없다면 그 삶은 온전한 것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아우렐리우스의 삶과 글을 통해서 자신이 세운 원칙과 매뉴얼에 기대어 흔들림 없이 사는 삶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스토아 철학은 개인의 평온과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스토아학파(아우렐리우스, 제논, 에픽테토스, 세네카, 헤라클레이토스 등)는 기원전 3세기 제논에서 시작되어 기원후 2세기까지 이어졌고, 금욕과 평정을 행하는 현자를 최고의 선으로 보았다. 저자 유인창은 ‘평온한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스토아 철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면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무수한 갈등과 고뇌의 순간에서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평온’을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사는 게 힘들고 관계가 힘들고 조금도 성숙해지지 못하는 자신이 힘들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휘둘리다가 어딘가로 끌려가는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살다 보면 분명 삶을 스스로 온전히 끌어가고 싶은 순간이 온다. 그렇다고 해서 절실함만 갖고 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끌어가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자신의 목소리로 나의 삶을 이야기해야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저자 유인창은 아우렐리우스가 조금씩 써 내려간 것과 다르지 않게 순간순간 성찰의 기록을 남겨 놓으면 또 하나의 명상록이 된다고 말한다. 그것은 ‘나를 위한 명상록’이다. 저자와 독자가 같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