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을 찾고 싶은 도시 산책자를 위한 큐레이팅!
오랜 역사를 품은 장소부터
다시 또 가고 싶은 핫플레이스까지
서촌ㆍ북촌이 품은 아름다움과 매력을 파헤치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동네가 있다. 북적한 서울 한복판에 자리했지만, 고층 빌딩보다 낮은 높이의 건물이 드문드문 있어 어딜 보든 풍광이 근사하다. 한옥 건물과 투박한 골목길의 정취가 녹아 있는 서촌ㆍ북촌은 느리게 거닐며 여행하고 싶은 곳이다. 평평한 땅을 걸으며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자연히 발생하는 두 동네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공간이 많다. 오래된 전통의 골목형 재래시장인 ‘통인시장’과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보안여관을 리모델링한 ‘보안 1942’, 작가 이상이 살던 집터 일부를 보존ㆍ개방한 ‘이상의 집’, 북촌의 거주민들이 1970년대 후반까지 사용했던 물건들을 전시하는 ‘북촌생활사박물관’ 등 오랜 세월의 역사가 생생히 살아 숨 쉬는 공간들이 자리한다. 이외에도 서촌 ‘빵지순례’ 코스에 빠지지 않는 ‘효자베이커리’는 청와대 경호실에 납품했을 정도로 빵이 맛있는 곳이며, 북촌에 위치한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은 우거진 숲속에서 책을 읽고 풍경을 음미할 수 있는 쉼의 장소이다. 1930년에 지어진 한옥과 1960년대에 지어진 양옥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와 ‘오설록 티하우스’는 공간의 가능성을 확장해 건축적인 볼거리를 선사한다. 뼈 아픈 과거를 상기시키는 공간도 있다. 서촌에는 일제 강점기 당시 친일파 윤덕영이 친일 행위의 대가로 지은 프랑스식 대저택 ‘벽수산장’ 건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러한 공간은 과거를 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작은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 《건축가와 함께 걷는 청와대, 서촌, 북촌 산책》은 소란한 도시 속에서 계속 걸어 나갈 힘을 선물한다. 천천히 걸으며 비로소 보이는 풍경에 잠시 멈춰 숨을 깊게 들이마셔 바람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이 당신이 내디딜 그 발걸음에 함께할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공간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화합의 공간, 청와대
건축가 김영욱의 시선으로 톺아 보다
2022년, 금단의 공간이었던 청와대가 모두에게 개방되며 환대의 공간이 되었다. 완전한 개방으로 경복궁과 청와대를 거쳐 북악산까지 이어지는 길이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일제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이 깃든 청와대는 우리가 몰랐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책은 청와대 공간을 차근차근 거닐며 소개한다. 전통 목조 구조의 궁궐 건축 양식을 바탕으로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청와대 건물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100년 이상을 견딜 수 있다는 견고하고 아름다운 청기와가 눈에 띈다. 내부로 들어가면 대통령 집무실부터 접견실, 연회장 등 국가의 크고 작은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외부에는 널따란 앞뜰이 펼쳐지는 동시에 전통적 한옥 건물이 곳곳에 있고 서울시 유형 문화재로 지정된 통일 신라 시대의 불상도 보인다. 이외에도 대통령이 생활했던 관저와 조선 시대에 지은 사당, 750년 수령의 주목(木)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렇듯 청와대는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된 아름다운 공간들이 집적된 곳이다. 다만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은 청와대를 ‘불통’과 ‘권위’의 상징으로 기억한다. “건물의 공간 구조는 사람의 행태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 저자는 일찍이 청와대 내에서 소통이 단절되고 권력이 우선시되는 문제가 공간 구조적인 문제임을 짚어 냈다. 더불어 청와대가 지닌 고질적인 문제를 외국 정상들의 집무 공간과 비교해 세밀히 살피며, 더 나은 공간을 향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간을 다층적으로 바라보는 건축가의 깊은 시선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