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브리지트 아르스는 이 책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생한 경험을 고발하고 있다. 저자는 피해자들의 개인적 증언뿐만 아니라 가해자들과 기타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이 비극적 사건의 충격적인 진실을 폭로한다. 이들의 증언은 읽는 이의 숨통을 죄어올 정도로 참혹하며, 인간의 존엄성이 철저히 유린된 순간들을 생생히 전해준다.
일본군은 점령한 모든 지역에 위안소를 설치했으며, 위안부로 이용된 여성들의 출신과 상황은 다양했다. 일본군은 일부 빈곤층 일본 여성들을 비롯해 점령지역의 소녀들을 표적으로 삼아, 이들을 모집하거나, 매매하거나, 납치하거나 속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위안부를 조달했다. 모집 방법은 지역에 따라 달랐으며, 자원과 강제 동원의 경계는 모호했다. 따라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정하는 기준 역시 명확하지 않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피해자의 수는 8만 명에서 40만 명에 이른다고 하나, 약 20만 명이 피해자로 인정되고 있다. 이 중 거의 절반이 한국 여성으로, 약 400명의 네덜란드 여성도 포함되어 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 챕터를 네덜란드령 동인도(현 인도네시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할애하고 있다. 과거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도 위안부 제도가 대규모로 시행되었으며,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중국 여성들이 일본군의 조직적인 성 노예로 이용되었다. 저자는 문화인류학자로서, 인간성을 철저히 파괴한 위안소 설립의 원인을 일본 사회와 문화, 그리고 이를 고안한 집단에서 찾는다. 저자는 일본 남성들이 전통적으로 성적 쾌락을 위해 여성을 착취하는 것을 권리로 여겨왔으며, 현대 일본의 성도덕 또한 제2차 세계 대전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위안부 제도는 사실상 전쟁 중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막기 위한 구실로 활용되었을 뿐이다. 또한,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및 전쟁 중 위안부 피해자들의 현실을 비추어, 나치 독일, 베트남,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방글라데시 등지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단순히 흥미로운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저자가 1999년 대한민국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을 방문한 후 받은 충격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이 책 전반에 드러나며, 이는 학문적 객관성을 넘어선 저널리스트적인 어휘 사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