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한 박유하 시인의 세 번째 디지털 포엠 『초록 코끼리』가 출간되었다. 첫 번째 디지털 포엠 『나는 수천 마리처럼 이동했다』와 두 번째 디지털 포엠 『미아의 마음만이 나를 바래다 주었다』의 연장선으로 출간된 『초록 코끼리』는 더욱 더 실험적이면서도 대중과의 다양한 소통으로 시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앞서 출간된 디지털 포엠 시집은 디지털 사진과 시를 결합한 형태이지만, 『초록 코끼리』는 시와 영상을 결합한 형태의 작품집이다. 박유하 시인이 이 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점은 ‘디지털 포엠’의 갈래가 있음을 알리고 창작 방법과 실험 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박유하 시인은 급격한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의 형식을 제시하고 심화시키는 작업을 여러 권의 디지털 포엠 시집을 통해 결과물을 보여 주고 있다. 디지털 포엠이라는 이 새로운 장르는 디지털 매체상에서 창작, 유통, 수용되는 모든 형식의 시를 지칭한다. 디지털 포엠은 단순한 텍스트를 업로드하는 작업이 아닌, 디지털 매체의 특성인 ‘이미지’, ‘영상’, ‘소리’와 같은 멀티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하여 시의 형식을 새롭게 실험하고 탐구하는 작업이다.
영토가 확장된 디지털 문학 중에서 ‘디지털 포엠’은 시와 융합하는 디지털 매체에 따라 ‘애니메이션 시’, ‘디지털 영상시’, ‘다카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세 번째 디지털 포엠 『초록 코끼리』는 디지털 영상과 시를 결합한 형태로, 영상 생성 AI 프로그램 gen2, gen3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든다. 이 창작 방법은 AI가 시의 텍스트를 읽고 영상을 제작해 주므로 영상 제작만큼은 주체가 AI가 된다. 시집 『초록 코끼리』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시적인 특징을 살린 시 창작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디지털 포엠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실험한 과정을 담은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