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 소개
1부 ‘페미니즘 스캔들’은 보부아르가 ‘지적 슈퍼스타’ 사르트르의 지적 매력에 흠뻑 빠져 지낸 이야기를 다뤘다. 이후 계약 결혼하고, 2차 대전에서 레지스탕스 활동, 소설 《초대받은 여자》을 통해 철학적 성찰을 한 초기 페미니즘의 역사를 다뤘다.
2부는 ‘페미니즘의 연대기’ 편으로, 실존주의와 페미니즘이 혼합된 소설 《제2의 성》을 통해 페미니즘의 기원의 청사진을 보여준다. 소설은 성과 젠더, 여성을 다룬 사회 담론서이기도 하다. 생물학적 여성(섹스)과 문화적 여성(젠더)을 구분한다. ‘여자는 태어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독트린에 가까운 주장으로, 그녀는 페미니즘의 거목 지위와 명성을 얻게 된다. 성장소설 《단짝들》에서는 동성애, 레즈비언, 동성혼, 소아성애자 등의 문제를 사회적 담론으로 사부자기 꺼내 온다.
3부 ‘괴물 페미니즘의 가면’ 편은 미투운동의 시작점과 문제점을 비판적 시각에서 썼다. 미투운동의 발단이 된 소설 《동의》는 지위를 활용한 성폭행, 성관계에서의 동의하는 연령(13세 소녀와 50세 남자)의 문제점을 짚고 있다. 이 소설은 성관계 동의 연령 이슈를 개인적인 문제에서 사회적 이슈로 끌어내며,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이후 2021년 프랑스는 성관계 동의 연령(법률)을 15세로 정했다. 급진적 페미니즘이 분화를 가져온 젠더 혁명, 트랜스젠더 등 이분법 잣대의 성평등 미래도 파헤쳤다.
4부 ‘페미니즘의 앙가주망(사회참여)’은 두 좌파 지식인인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정치적 욕망을 그렸다. 참여문학 잡지인 〈레 탕 모데른〉 창간과 칼라스 사건 및 사형제도 폐지 운동, 앙가주망의 표본인 〈드레퓌스 사건〉, 앙리 마르텔 스캔들 등을 분석하며 좌파주의 시대의 찬란한 사회참여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페미니스트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계에 진출하는지도 살펴봤다.
5부 ‘《제2의 성》은 여성 진화의 백과사전’ 편은 좌파와 우파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페미니즘 이야기를 가득 담았다. 모성(母性)은 근대의 발명품이며, 쉬잔 릴라르는 《제2의 성의 오해》에서 보부아르의 우상화 작업을 지적하고 있다. 《제2의 성》은 여성 진화의 백과사전이지만 여성해방의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고, 페미니즘의 실험실에 그치고 있다고 썼다. 10장 ‘1968년 5월의 성혁명’ 편에서는 여성해방론과 마르크스주의, 동성애 해방운동과 페미니즘, 섹스와 젠더의 구분을 거부하는 주디스 버틀러를 소환해 성평등 페미니즘에 대해 박진감 넘치게 알아본다. 저나는 진정한 성평등의 페미니스트 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핵심 내용 3가지
좌파 페미니즘의 위대한 전설, 어떻게 구축했을까?
페미니스트 아이콘 vs 페미니즘 위선
존경하는 여성 vs 위선의 여성
#여성이 누리는 모든 자유는 보부아르 덕분
“세상의 여성들이여! 지금 그대들이 누리는 모든 건 모두 보부아르 덕택이다!(Femmes, vous lui devez tout)” 자유분방하게 나체 사진을 찍을 자유도 보부아르 덕분인 것 같은 착각을 주는 문구다. 보부아르가 사망한 해인 1986년에 프랑스 철학자이자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옹호자인 엘리자베스 바댕테르(Elisabeth Badinter·1944~ )가 〈누벨 옵스〉에 쓴 기사 제목이다. 프랑스 여성들은 17, 18세기부터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어머니’와 ‘여성’의 전통적 이분법에서도, ‘모성’보다 ‘여성성’을 선택했다. 한 시대의 획을 그은 걸출한 보부아르를 투쟁적인 여전사가 아니라, 소위 ‘제3물결 페미니즘’ 시대에 부합하는 관능적 여인으로 표현한 것이다.
#기존의 성-정치-사회에 삼중 도전장
보부아르는 가부장제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지만, 이성애에 대한 애욕의 포로였다. 양성애자이기도했던 그녀는 제자들을 상대로 동성애를 탐닉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녀는 “미성년자를 방탕의 길로 선동했다.”라는 이유로 고소돼 교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그녀가 만난 상대들은 사르트르의 문하생, 미국 작가, 기록영화 감독 같은 저명인사에서부터 자신의 여제자들까지 실로 다양했다. 기존의 성, 정치, 사회에 대하여 이렇게 삼중의 도전장을 내밀었던 보부아르는 자신의 영원한 상징이 된 우아한 터번 속에 과연 무엇을 숨겼던 것일까?
#〈자유-안정-연애-앙가주망〉 신화 탄생
여성 혁명가 보부아르는 무수한 진실과 거짓들 사이에서, 어떻게 자신의 위대한 ‘전설’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녀가 쓴 책들뿐만 아니라, 예사롭지 않은 삶(사생활)이 보부아르를 근대의 가장 중요한 지식인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 보부아르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그녀는 자유와 안정, 연애와 앙가주망을 모두 가졌다는 신화를 윤색하고 가공하기 위해 자신이 양성애자라는 사실, 꿈틀거리는 질투, 외로움 등을 처연하게 숨겼다. 이 책은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알려진 보부아르 삶의 이면을 비판적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동시에 좌파 페미니즘의 역사를 세계의 논문을 분석하면서 지루하지 않고 드라미틱하게 다루고 있다.
〉〉페미니스트의 아이콘_ 시몬 드 보부아르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1908~1986년)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아이콘이다. 이 책은 보부아르라는 한 철학자 여성의 개인적인 ‘실존’ 연대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그녀는 사르트르와 마찬가지로 실존주의 철학을 연구하면서도 개인의 내면에 머무르지 않고, 지식인이 직접 행동에 나서는 ‘앙가주망(engagement·사회 참여)’을 지지해 왔다. 보부아르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사회운동과 시위에도 몸으로 참여했다. 생물학적 성이나 사회적으로 구성된 전통적 젠더의 역할에 저항했던 보부아르는 서구의 국가들이 공산주의를 거부할 때조차도 공산주의 지지를 끝내
철회하지 않았던 전위적이고 급진주의적인 여성이다. 존경과 찬미의 대상인 동시에 혐오의 시선과 이론(異論)의 여지가 차고 넘치는 여성으로, 전 세계적으로 여성 세대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은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