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제품은 비타민이 아니라 진통제와 같다.”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사람으로 꼽히는
토니 퍼델의 30년의 경험과 인사이트
제너럴 매직과 필립스에서 모바일 제품군을 계속하여 개발해 오던 퍼델은 오랜 시간 음악 플레이어에 대한 생각을 했다. 1990년대 말부터 사람들은 자신의 하드 드라이브를 MP3 오디오 파일들로 채우기 시작했다. 사상 최초로 고품질의 음악이 컴퓨터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작은 파일로 변환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음악 파일을 오직 컴퓨터로만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때까지의 오디오 기기들은 카세트테이프나 CD만 플레이할 수 있었기에 사람들은 다운로드 받은 음악을 자신의 형편없는 컴퓨터 스피커로만 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음악 재생용 기기’의 잠재력을 보았다.
그건 MP3 플레이어가 아닌 디지털 오디오 주크박스였다. 그는 퓨즈 시스템즈를 창업하고 벤처 캐피털 기업들을 상대로 80회의 투자 설명회를 가졌지만 죄다 실패로 끝났다.
토니 퍼델이 회사 설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어느 날, 애플에서 휴대용 기기 제작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다음 날 애플에서 전화를 받는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대부분 다 알 것이다. 당시 애플은 잡스가 되돌아오긴 했지만 회사가 붕괴 직전까지 몰려 있었다. 매킨토시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2퍼센트 밑으로 떨어지는 등 애플의 컴퓨터 판매는 그야말로 지지부진했다. 그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이 2,500억 달러였는데 애플의 시가총액은 40억 달러밖에 안 됐다.
전화를 받은 2주 후 토니 퍼델은 아이팟 연구를 이끄는 컨설턴트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팀도 구성되지 않았고, 시제품도 없었고, 디자인도 없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아이팟을 세상에 내놓았고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는 총 18세대에 걸친 초기 아이팟을 만든 팀을 이끌었다. 아이팟은 애플을 망해가던 컴퓨터 제조회사에서 세계 최고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거듭나게 했다. 그리고 또다시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진 기회를 잡았다. 바로 아이폰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후 그는 애플에서 나와 네스트 랩스를 차렸고, 2014년 구글에 32억 달러에 인수되며 최대의 화제가 되었
다. 네스트가 개발한 온도조절기 서모스탯은 사물인터넷 시대를 연 첨병으로 꼽힌다.
퍼델은 300개 이상의 특허를 가진 전설의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 발명가로 남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조차 거스를 수 없었던 최고의 엔지니어,
최고의 사람들과 최고의 제품을 창조하며 얻은 교훈과 통찰!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가 반대했지만 토니 퍼델의 고집으로 탄생했다. 스티브 잡스에겐 아이팟이 특별한 의미였다. 자신이 애플에 돌아온 뒤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준 최고의 복귀작이었기 때문이다. 잡스는 아이폰 때문에 아이팟의 입지가 작아질까 봐 걱정했지만 결국 토니 퍼델을 거스를 순 없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시대를 정의하는 제품이 탄생했다.
이 책에는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 빌 캠벨 등 동시대 최고의 천재들과 함께 일했던 경험과 그들에게서 배운 인사이트들도 수없이 등장한다.
토니 퍼델은 스티브 잡스에게서 스토리텔링을 배웠다. 스티브 잡스는 어떤 제품이 어떤 일을 하는지 이야기하기에 앞서, 늘 먼저 그 제품이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아주 자연스럽고도 쉽게 느껴지게 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잡스는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대본을 읽은 게 아니었다. 그는 제품 개발 기간 내내 매일 똑같은 이야기를 직원들에게, 자신의 친구들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하면서 이야기를 계속 다듬었다. 처음에 사람들이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거나 자세한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완벽히 다듬어질 때까지 계속 사포로 문질러대며 조금씩 수정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 스토리는 제품 제작의 원동력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늘 비유가 고객들에게 엄청난 힘을 준다는 말을 했다. 위대한 비유는 어려운 특징이나 기능을 고객이 금방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며, 그런 다음 그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까지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1,000곡의 노래를 당신의 주머니 안에’라는 아이팟의 슬로건이 그렇게 강력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종종 선을 넘었지만(그도 인간이었으니까), 임무 중심적인 인간이요, 격정적인 허리케인이었다고 평하기도 한다.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품이었기에 제품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결정은 결국 늘 채택됐고, 그는 늘 일에 집중했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결코 스티브 잡스처럼 휴가를 보내지 말라고도 말한다. 잡스는 대개 1년에 두 차례, 2주씩 휴가를 보냈다. 애플 직원들은 늘 그 휴가를 두려워했다. 처음 48시간은 조용했지만 이틀이 지나면 그가 쉴 새 없이 전화를 해댔기 때문이다. 그 어떤 미친 아이디어가 떠오르든 언제든 전화를 걸어 직원들의 생각을 물었다. 잡스는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휴가 중에 더 열심히 일을 했다. 그가 보여준 끊임없고 미친 듯한 집중력이 지금 애플에선 또 다른 전설처럼 떠돌곤 한다. 미친 천재나 보여줄 법한 특성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쨌든 많은 사람이 머릿속에서 일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밤새 직장 내 위기에 대해 생각하면서 머리를 쥐어짜는 것과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일 생각을 하는 건 하늘 땅 차이기 때문에 때로는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할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에서 30년 이상 일하며 동시대 천재들과 협력하고, 때론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때론 뼈아프게 실패했지만 결국 모두가 기억하는 승리를 거둔 그의 책에서 이 모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