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우리나라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된 배경에는 위디스크(WeDisk) 사에서 발생했던 사건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회장으로부터 온갖 가혹행위를 당하는 영상이 유출되었고, 국민들은 분노했습니다. 2013년에 처음 발의된 이후, 계류 중이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이때 통과되었습니다.
2019년부터는 법령이 시행되었고, 이후 만 5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과도기의 혼란이 가라앉을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처음 시행되었을 때 혼란이 있긴 했으나, 우리나라와 같이 그 정도가 심각했던 사례는 드문 편입니다. 왜 우리는 유독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을까요? 직장 내 괴롭힘은 왜 이렇게 이해하기도, 판단하기도 어려운 문제가 되었을까요?
어느 정도는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권 특유의 인지 방식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 어느 정도는 법령을 만드는 단계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윤리 의식이나 준법의식이 딱히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새로운 법을 도입해도 법을 지키기보단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구멍을 찾아냅니다. 더 나아가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조직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신고 건수는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직접 담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 가운데 끼어 고통받고 있습니다. 노동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때문에 괴롭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런 괴로움을 주변에서 보고 겪으면서 이 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현장, 특히 실무자분들의 혼란을 해소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