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로만 알려졌던 한흑구가 시와 소설을 썼고, 수필과 평론, 번역가요 영문학 논문을 쓴 작가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더욱이 일제강점기에 미주흥사단과 수양동우회를 통하여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활동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핍박받고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사실도 알려지지는 않았다. 후일 문학평론가 임종국이 “끝까지 지조를 지키며 단 한 편의 친일 문장도 남기지 않은 영광된 작가”로 규명한 것처럼 조국 광복 때까지 지조를 지키며 절개 있는 삶을 살았던 작가이다. 이 책은 바로 한흑구가 남긴 글들을 통하여 그의 지조와 절개 있는 삶을 증명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일들의 고증을 통하여 바로 잡고 있다는 사실에서 매우 가치가 있다.
한흑구는 그가 발표한 수많은 글 속에 국권을 상실한 조국에 대한 사랑과 민족의 아픔을 노래하기도 하였고, 귀국 후에도 줄곧 나라는 걱정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조국’, ‘고국’, ‘국가’ ‘나라’와 같은 단어들을 마음 놓고 말할 수 없었기에 그 타는 마음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모두 공감하는 바가 아니었겠는가? 그런 그에게 마음껏 노래 부를 수 있는 조국의 이름이 있고, 땅이 있고, 민족이 있다는 것, 더군다나 그 모든 것 위에 새로운 조국을 건설하는 사명을 지녔다는 것은 실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나는 대한 사람으로 이러한 세대에 태어나, 나라 건설의 사명을 띠게 된 것을 큰 행복으로 생각하고 자랑하고 싶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의 당당함은 그가 일제강점기 동안 보여준 지조 있는 삶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 삶의 정신이 그의 시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 수많은 산문에도 나타난다. 비록 그의 전체 작품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신문과 잡지에서 발견되는 그의 작품 가운데 많은 것이 고국에 대한 사랑과 독립을 기원하며 쓴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일제의 탄압과 박해 속에서 육체적 목숨을 내놓는 ‘피의 순국’은 못하였지만, 평생 문학을 통하여 민족의식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였던 작가, 임종국의 말대로 끝까지 지조를 지키며 단 한 편의 친일 문장도 남기지 않은 영광된 작가인 한흑구는 자신이 고백하였던 것처럼 한 줄 시에도 나라를 생각했던 우국시인이요, 민족시인이었다. 우리는 한흑구를 ‘민족작가’라고 불러야만 하지 않을까?
한흑구는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어떤 유파에도 속하지 않았고, 유파도 형성하지 않은 채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하였던 시인이요, 민족의 자주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독립의 그날까지 ‘백색 순국’의 마음으로 투쟁하였던 시인이었다. 우리나라의 광복 이후 맑고 순수한 빛과 같은 언어를 바탕으로, 시적 수필을 통하여 민족 부흥의 정신적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정신적 가치의 숭고함을 노래하였고 국민 계몽을 위하여 문학을 통한 지방과 지역의 문화운동을 선도한 선구자이기도 하였다. 한흑구를 민족작가 자리매김하는 일은 우리 문단사의 중요한 일이요 나아가 우리 민족의 정신사와 교육사에도 중요한 일이다.